아~, 문득 그립습니다…정월대보름 보광사 마당에서 달집을 태우면서

0
319

명절 대보름, 보광사에서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을 먹고 액운을 쫓는 행사에 함께 합니다. 방앗간 오곡밥 수공비가 비싸서 밤새도록 오곡밥을 시루에 찐, 어느 보살님 공덕에 많은 불자님들이 넉넉한 공양을 합니다. 인근 성당의 신자들도 오곡밥을 드시려 오셨습니다. 한 해 소원을 비는 소원지를 써서 함에 넣는 것으로 보름 법회가 마무리 됩니다.

저녁은 어묵국에 김밥을 공양합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달집에 소원지를 태웁니다. 회주스님 속옷을 달집에 올립니다.
“신부님은 지금 입고 있는 속옷이라도 얼른 벗어 오세요!”
“하! 하! 하!”
한바탕 폭소 마당이 됩니다. 15년 정도 입어서 소매가 달은 내의 한 벌 후다닥 달집에 올립니다.
“2024년 한 해 모든 소원이 성취되길 바라며 달집에 불을 댕기도록 하겠습니다.”

달집에 보름달처럼 둥그랗게 원을 그리며 섰습니다. 보름달은 구름에 가려 뜨지 않았지만 소나무 마른 잎 달집이 훨훨훨 타오릅니다. 달집 타오르는 불빛이 둘러선 얼굴들을 붉게 물들입니다. 소원지들이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오릅니다. 한 분 한 분 돌아가며 소원을 빕니다.
“한 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갑진년 한 해 마음속에 품은 소원 모두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훨훨훨 타오르는 달집처럼 우리들 마음속에 환한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어릴 적 달집 태우고 깡통에 숯을 담고 잔가지들 담아 머리 위로 빙빙빙 돌렸습니다. 깡통불이 활활 타오르면 불깡통을 하늘 높이 던졌습니다. 불가루들이 은하수 별빛처럼 바람이 날아가며 흩날렸습니다. 여기저기서 폭죽처럼 불깡통들이 하늘을 수놓았습니다. 둑에서 불깡통 돌리다 하늘에 던지는 불놀이를 자정이 넘도록 즐겼습니다.

둑에서 달집에 고구마 구어 먹으며 불깡통 돌리며 놀던 친구들
아~, 문득 그립습니다.

글:최종수(신부)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