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아야진 ‘갈매기 횟집’의 부드러운 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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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악투데이

냉면을 여름에만 먹는 게 아니듯 물회도 겨울철에도 별미다.시원한 맛은 늘 그리운 법이다.지인들이 물회를 먹자고 해서 찾아낸 곳이 아야진 작은 마을 항구에 위치한 갈매기 횟집이다.

항구의 횟집답게 갈매기 횟집의 물회는 선도가 좋다.

먼저 하얀살 생선만 쓴다.물회의 아우라가 깔끔하다.4인분을 시키니 양품으로 한가득 나온 모습이 그림이 된다.오래전 집에서 물회를 해 먹을 때 저렇게 해서 이웃들이 한 대접씩  같이 나눴다. 흰살 생선과 장물의 색채적 대비와 역설적 조화는 일단 눈맛을 당기게 한다. 오이며 깨를 토핑으로 올려 놓고 보니 물회의 정형화된 양식을 보는 듯하다.

내 방식대로 먼저 회를 한점 입에 넣는다. 회가 부드럽게 입안에서 융합되는지 여부가 물회 맛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중요하다. 일종의 테스트 같은 의례다.가늘고 길게 칼질한 회가 부드럽다. 회와 야채를 장물에 잠수시키면서 몇 번 휘저으면서 입안 한 가득 넣는게 2번째 단계다. 촉촉하게 적셔진다. 장물도 진하지도 텁텁하지도 않다.마치 농도계로 잰듯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요게 이 집의 특기라 할 수 있다.

물회에서 장물 맛이 지나쳐도 물회의 진정한 맛을 앗아간다.또한 야채가 너무 지나치게 많아도 전체적인 조화를 깨뜨린다.야채가 넘치면 좀 성의 없고 싸구려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회의 주인은 역시 회인데 회가 장물과 야채와 황금비율로 배합되어 식감을 돋우어야 진정한 물회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갈매기 횟집 물회는 이같은 배합에서 아주 적절하다. 그래서 씹을 때 야채만 입안 가득한 느낌 같은 게 없다. 하얀살의 부드러움과 장물의 연하면서 은은한 맛 그리고 야채가 덮어주는 신선감이 눈녹듯이 입안을 채우고 있다.

게다가 물회의 감초인 국수도 옥수수로 만든 노란색 국수가 나오니 색감이 식감을 더욱 자극한다. 물회의 건더기를 어느 정도 비운 뒤 두 덩어리를 넣고 다시 비비니 새롭게 물회 비빔국수가 탄생한 기분이다. 국수 가닥 하나하나가 다 시원하게 디저트처럼 다가온다.

추운날 시원한 물회를 먹는 맛이 이 맛을 게다. 그래서 물회는 4계절 음식이고 역시 항구에서 먹어야 제격이다.참 맛나고 넉넉하게 물회 한그릇 먹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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