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필사로 세월의 강을 건넌다…신평리 전옥주 할머니와 목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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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악투데이

고성군 신평리 전옥주씨(80세)는 매일 성경을 필사하고 있다. 이미 성경 전체를 2년반에 걸쳐 한번 완결하고 두 번째 도전중이다. 요즘은 마태복음을 두꺼운 노트에 한자한자 써 내려 가는중이다.글씨도 참 반듯하다.

전 할머니가 성경필사에 나선데는 이유가 있다. 아들 목사의 간곡한 청이 있어서다.전할머니는 1남 4녀를 두었는데 막내가 아들이다.늦둥이로 애지중지 키웠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길 바랬다.그러나 현실은 달랐다.그는 “ 아들이 원래 법학을 전공해서 법률가가 되길 바랬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성직자의 길을 가게돼 처음에는 마음이 아프고 울기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평화를 찾아 아들의 부름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식일 부모 맘대로 안된다는걸 실감했다고 한다. 교회일이 바빠서 집에도 자주 못오고 하지만 이제는 그길이 천직이라 여기면서 동행하고 있고 성경 필사도 그래서 자연스런 일이라고 말한다.

전할머니는 원래 절에 다니면서 불공을 드렸다. 그런데 아들이 신학교를 나와 목사 안수를 받으면서 개종을 했다. 아들과 맞춰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집안 거실에는  성경구절을 새긴 목판도 보인다.

서울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아들이 어느날 어머니에게 성경책과 책상을 사주었다.전 할머니는 거실 한켠에 놓고서 날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필사하고 있다.“아들이 이거 하면 치매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이제는 날마다 밥먹듯이 하는게 일과가 되었다.”고 말한다.

오래전 사별한 뒤 혼자 농사를 거두면서 생활하고 있고 교회도 주일마다 나가고 있다.단아한 성품의 전할머니에게 성경 필사는 기도나 다름 없다.무료함도 달래고,써내려 가면서 아들도 그리워 한다.“아들이 잘되길 바래서 목사되는 걸 반대했는데 고생을 하면서 이제는 목사로서 잘 해나가니 그게 잘된거 아니냐”고 웃으신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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