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고기 버리라는 수산정책…실효없는 이중규제로 어민들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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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아야진항 어민 A씨는 얼마전 곤욕을 치렀다. 그물에 잡혀 올라온 자게 한 마리 때문이다.금어로 분류된 어종을 잡았다고 누군가 신고를 해서 경찰에 불려 다니면서 해명하느라 일도 제대로 못하고 진땀을 흘렸다.그는 범법자가 될 뻔했다. A 씨는 “그물을 걷어 가지고 항구에 들어와서 손질하다가 발견한 건데 그걸 어쩌라는 말인가.그러면 그물에 걸린 고기를 현장에서 일일이 확인하란 말인가.”라고 항변했다.

금어기 말고도 금지체장이 있다. 어린 물고기를 못잡게 하는 정부 규제정책이다.고등어는 21cm, 대구 35cm,대문어 600그램등 어종별로 기준이 정해져 있다.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어종별로 금어기 및 금지체장 규제를 만들어 놨다.이를 위반하면 어업인은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어민들에게는 공포의 규제다.

명태는 아예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고성지역 어민들은 작은 명태라도 행여 그물에 잡히면 버리고 온다.명태를 살린다고 못잡게 하고 명태 치어를 방류해도 명태가 돌아 온다는 소식은 없다. 포획금지가 실효가 있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어민들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게 주업이 되어야 할판에 규제 사항을 위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아야진항 어부는 “ 고기가 안나도 너무 안난다. 오늘도 기름값 10만원 들여 나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왔다.큰고기만 잡아오라는 건데 작은 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죽으란 말인가.”말했다.

해양수산부의 수산정책이 탁상공론에 매몰돼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특히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규제를 남발하면서 어민들을 힘들게 하고 연안 어업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어제는 마산항에서 대량의 청어가 떼죽음 상태로 연안으로 밀려오는 일이 발생했다.금지체장 규제를 받는 어린 고기를 버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청어도 금지체장 어종으로 ‘20㎝ 이하 청어 잡으면 처벌받는다’고 돼 있다.

어민들은 현실과 안맞는 규제라고 반발한다.일부러 잡는 것도 아닌 그물에 잡히는 것이고 가뜩이나 고기잡이가 불황인데 이렇게 잡은 걸 다 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말한다. 죽은 물고기를 바다에 버리는 행위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금한다.이미 오염물질이며, 다른 생물에 먹혀야 할 먹이가 바다 바닥에 가라앉아 썩으면서 저서생태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어린 물고기를 그렇게 사랑해 보호하고 싶다면 그물에 잡혀 죽기 전에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옛날부터 해온 그물코 크기 규제가 대표적이다. 그물 자체가 어린 고기일수록 더 잘 빠져나가고 더 적게 잡혀 미성어를 보호하게 돼 있으니 따로 금지체장을 정할 필요도 없다.

허나 그물코 크기를 아무리 크게 해도 소량의 어린 고기는 잡히게 마련이다. 그래도 그물에 잡히는 어린 물고기라면 버리지 않고 그대로 팔게 하면 아무 문제 없는데, 해양수산부는 청어 새끼인 솔치를 말려 판다고 자연에 무슨 대단한 죄악이라도 저지르는 양 인터넷 쇼핑몰까지 단속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제주대 정석근교수는 “금지체장은 이중규제이고, 어린 물고기 보호 효과도 거의 없이 어업 경영만 악화시키는 관행적인 규제이므로 모두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새로운 규제로 정량실적을 늘려 기관 평가를 잘 받고, 국민에게 뭔가 열심히 일해 밥값은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좋으나 현장을 모르면 자꾸 일을 벌이려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어민 도와주는 길이다.”고 말한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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