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용촌 ‘장작 보리밥’의 넉넉하고 오래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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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속담에 ‘오래된 게 항상 새거다’라는 게 있다. 입맛도 그런 듯하다.오래된 음식이 새롭게 다가오고 입맛을 당기게 한다.보리밥하면 가난한 시절을 떠올리는 메뉴다. 하도 지긋지긋해서 이밥(쌀밥) 보는 명절이 그리워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그런데 요즘 보리밥을 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요즘 건강식의 탁자에 보기좋게 차려져 나온다.

속초서 장사동 고개마루 넘자 마자 우측, 바다정원 옆에 새로 문을 연 ‘장작 보리밥’은 두가지 점에서 얼른 수저를 들게 만든다.

먼저 고슬고슬한 보리밥의 모양새다. 한 대접 2인분으로 나오는데 주걱으로 퍼 담으면서 밥알의 찰기 같은 게 느껴진다.밥알이 굵고 싱싱한 느낌이다.이게 불맛에서 나오는 모양새 아닌가 싶다.저작할수록 담백하면서 은은한 향이 전해 온다. 구수한 맛 인 것 같다.

거기에 푸짐한 한상이다. 보리밥하면 빈한해 보이는 선입견이 있고 그냥 썩썩 비벼 먹는 정도라 여길수 있는데 넉넉하게 가득 차려져 나온다.이거 저것 비벼 먹는 야채와 고기 그리고 생선에 쌈채까지 곁들여 진다.보리밥 비빔밥을 넘어 한정식 세트 수준이다.

내 입을 특히 자극한 것은 막장이다.지역에서는 막장이 기본인데 농도가 알맞은 막장을 두 수저 넣고 호박이며 콩나물에 무채를 혼합해서 비비는 재미도 있다.이럴 경우 다 비비기 전에 한입 먼저 들어가는게 통상 순서 아니겠는가.

지인은 여기다가 고추장과 참기름을 살짝 더해야 혀끝의 미각이 더 삼삼해 진다고해서 그렇게 했더니 식욕이 더 당겼다.

우리 일행들이 서로 식탐을 내는 바람에 보리밥을 비롯해서 야채 접시와 고기,생선이 한 벌 더 나왔다.차림만큼 푸짐하게 부지런히 움직였다.

새로 개업했지만 오래된 맛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느끼한 재료와 조리 음식이 하나도 없으니 개운함이 참 좋다.향수를 자극하면서 건강하고 푸짐하게 한상 비우는 포만감이 가득차 온다.

없던 시절 보리밥이 아니라 넉넉한 보리밥 한상이다.요즘 입소문을 타는 이유가 있었다.바다정원이 곁에 있으니 밥먹고 차 한잔하는  코스로도 제격이다.한산하던 용촌리가 이래저래 활력이 나는  분위기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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