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聖) 가정의 모습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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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는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는 스페인어로 ‘성 가정(聖 家庭)’ 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가는데, 이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성 가정’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어머니 마리아, 양아버지 요셉으로 이루어진 가정을 말한다. 그런데… 과연 이 가정이 세속적인 시각으로 보면 정상적인 가정일까?

마리아는 나이가 어렸고, 요셉은 나이가 많았다. 요즘도 부부의 나이 차이가 많으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아이가 요셉의 아이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다. 요셉의 직업은 목수였고 부자는 아니었다. 세속적으로는 도저히 이 가정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예수가 30세까지의 기록은 없지만 아마 성인으로 잘 성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정은 제대로 기능한 셈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다른 종교는? 공자와 붓다(부처)를 살펴보겠다.
공자는 아버지 숙량흘은 딸들만 봐서 후처 안징재를 들여왔고 안징재는 10대의 나이였다. 손녀뻘 되는 부인을 들여와 얻은 아들이 공자였다. 그리고 공자가 세 살때 아버지 숙량흘은 돌아가셨다. 요즘에는 절대로 용납되기 어려운 가정이었다.붓다는 어머니 마야부인이 붓다를 낳고 7일만에 돌아가셔서 이모가 아버지 석가 왕국 왕의 다음 왕비로 들어가 어머니 노릇을 했다.

진정한 성 가정의 모습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재력이 넘치는 부자 집안과는 거리가 멀고, 매력적으로 생기거나 재능이 넘치는 부부와 가문 밑에서 이를 물려받을 아이가 태어나는 것? 오히려 이와는 정반대다.비정상적이거나 편부 편모인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적, 정신적 지도자들은 꿋꿋이 성장했다.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완벽해야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돈을 많이 벌고, 외모도 가꾸고, 재능을 키우고, 일을 소처럼 해서 가정에 들어갈 비용을 최대한 확보해야 가정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그리고 아동들은 왜 이리 학대당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사태들은 왜 벌어질까? 자꾸만 가슴이 아파오는 일이다.

또한 가톨릭에선 자살과 낙태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필자가 조사해보니 개신교와 불교, 유교 등에서도 거의 비슷하거나 큰 틀에선 같았다.필자도 젊은 시절에는 고민했다. 세상 살기가 정말 고통스러우면 구차한 인생을 연명해야 하나?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어느 날 필자는 내 스스로 뺨을 때렸다. 코를 꼬집었다. 통증이 밀려왔다. 그때 ‘살아있다’ 라는 것을 느꼈다. ‘삶’, ‘살아있음’, ‘생명’ 이 얼마나 귀중한가?전한길 이라는 학원 강사도 필자와 비슷하게 숨을 막고 목을 잡으며 ‘살아있다’라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수강생들에게 ‘너희들은 젊은게 재산이다’ 라고 말한다. 연세드신 분들일수록 젊음이 재산이라 말씀하시는데, 필자도 나이가 들수록 동의하게 된다.쉽게 인생과 생명을 마치 게임에서 로그아웃하듯이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생명이 귀중하다면 다른 인간의 생명도 중요한 법. 낙태 역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기도 임신 7주 이상 지나면 ‘배아’ 가 된다는데, 그 아기도 보살핌과 좋은 양육을 받는다면 우리 성인들처럼 건강하게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지금 대한민국에선 헌법재판소의 낙태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는데 대체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낙태는 합법인지 불법인지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연방 대법원에서 낙태의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이 결정을 제대로 보도하거나 해석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내에선 드물다.미국에서 대법관들이 보수 성향이 많다는데, 왜 낙태가 위헌일까?
한국에선 자칭 ‘보수’ 내지 ‘자유’ 라 불리는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못 하시는 것 같다.
미국은 그리스도교 윤리에 따른다. 그리스도교 윤리에 따른 법 해석을 내린 것이었다. 미국의 보수 세력은 그리스도교 윤리를 수호한다. 미국의 진보 세력은 특정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많은 ‘보수’ 중에 그리스도인들이 많은데 과연 우리는 어떤가?그리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생명’은 쉽게 ‘삭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가정을 위해 부모의 ‘희생’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가정 구성원들 사이도 ‘행복’ 해야 한다.
예수가 요셉과 마리아의 보살핌을 받았고, 공자가 홀어머니 안징재의 사랑을 받았고, 붓다도 이모가 친모처럼 애정을 가져서 잘 성장할 수 있었다. 심리학 용어로 예수, 부처, 공자는 ‘자존감(self-esteem) 이 좋았다. 이런 그들을 보면서 그들의 부모들은 행복했을 것이다. 이해타산 없이 ‘한 마음’ 이 되어 자녀들을 응원했을 것이다.

<맹자> 라는 동양고전에 이런 말이 있다.“부모를 입히고 봉양하기만 하면, 동물을 기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부모든 자식이든 물론 가족이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사이에 애정이 있고, 가정 바깥에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최소한의 도덕성과 인간다움을 갖춰서 가정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과 뭐가 다를 바 있는가? 지금의 가정은 이런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는가?

지금의 저출산 고령화와 사회적 우울증은 가정이 제 역할을 못 해서인 원인도 있다. 한국에 많은 종교인들이 있는데, 활동이나 기부만 하면 되는 건지 아니면 가정에서도 종교의 윤리가 적용되고 있는 건지 점검해봐야 한다.(본 칼럼은 특정 종교를 선교하는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글:강경훈(중앙대학교 독일유럽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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