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설윤의 등대…사실적이면서 몽환적인 그리움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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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늘 움직인다.바다의 움직임은 파도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매일 다르다. 산이 고정형이라면 바다는 변동형이다.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천지개벽의 형상을 하는 가 하면 순한 양처럼 잔잔한 모습을 하기도 한다. 매일 아침 바다에 나가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을 보면 똑같은 날이 하나도 없다.바다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

비극적 삶을 살았던 반 고흐도 바다 그림을 많이 그렸다.대표적인 그림이 ‘생트마리드라메르의 바다 풍경’이다.셍트마르드라메르는 야곱의 모친 레베카 등 많은 성녀들이 여기에 상륙했다는 전설이 얽혀 있는 곳인데 빈센트 반 고흐도 정신질환 치료차 요양을 위해 아를에 머무르면서 이곳을 자주 찾았다. 해가 뜨는 아침이면 해변에 나가 바다와  어선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역동적인 바다에 흰돛대의 배, 그림속에 에너지가 넘치는 듯하다.

서양화에서 동양화 이르는 장르를 섭렵한 화가 이설윤의 등대 그림도 색다르다. 그는 동양적 수묵의 기조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그의 그림은 변증법적이고 생동감이 더하다.바다를 유난히 좋아하는 화가는 바다여행에서 포착한 등대와 배를 화폭에 담았다.짙푸른 바다에 등대 불빛이 출렁이는 물결에 드리운 모습이 마음속에 찰랑이는 듯 잘 표현됐다.흰등대에 엷은 회색의 하늘 색이 바다와 대비되어 등대는 더욱 반짝이는 모습이다.통상 방파제 끄트머리에 등대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설윤의 등대는 바위돌 위에 자리잡고 있다.야성적이고 상징적이다.물위에 구슬처럼 흐르는 불빛은 그리움인가….

비가 오면 바다는 늘 으르렁 거린다.그 요동치는 강도가 제각각이지만 어느 때는 적당하게 출렁이는 물결이 마음을 착 적셔 주기도 한다.요즘 그런 날이 많다. 그럼에도 등대는 늘 그 자리다. 성난 파도가 강하게 때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양 서 있을 뿐이다.그러기에 바다에 나간 배들은 등대를 보면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항구에 근접하면서 등대불이 명료하게 반짝이는 걸 보면 맘이 푸근해 진다고 내 친구 어부는 말했다.

이설윤의 등대가 어느 포구의 등대인지 확인 하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 많은 배들의 길잡이가 되었을 터이고 나그네들의 동무가 되었으리라. 파도치는 오늘도 그런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위안의 녹색불빛 혹은 빨간 불빛 신호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험한 날이면  등대는 더 귀한 수호신 같다. 마치 캄캄한 굴곡진 삶의 시간에 불빛이 그립듯이. 그래서 날마다 봐도 또 보고 싶은 게 등대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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