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 신부의 병상일기)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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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술이 잘 되었답니다..지성이면 감천. 정성과 도움, 기도와 사랑이 하늘을 감동시킵니다
20년 넘게 목디스크 고통을 품고 살아온 세월, 참을 수 있을 만큼의 통증을 달래며 견뎌온 시간들. 무리를 했거나 체력적 한계가 왔을 때 너무 아팠습니다. 파내서 버릴 수 있었다면, 수 십번 괭이로 파 내었을 후종인대골화증의 통증.
바로 위 누나가 교통사고로 목을 다쳐 14년 동안 누워지내야만 했고, 큰 딸만 결혼시키고 5년 전 본향으로 돌아갔습니다. 한 은사님은 목디스크 수술 후유증으로 단추를 채울 수 없었고, 걸음마저도 불편해 문턱에서 넘어져 두 달만에 하늘로 가셨습니다. 또한 경추신경을 잘 못 건디려 여러 후유증과 사지마비가 오는 경우도 간혹 있어 목디스크 수술은 위험부담이 큽니다.
목디스크보다 위험한 희귀병, 후종인대골화증 수술을 가능한 미루어 왔습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해야만 하는 수술이기에, 그동안 벼텨온 세월이 아프고 고단했습니다. 더 이상 미루면 수술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의사의 최종권고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사랑이 컸습니다. 미사지향을 넣고 간절히 새벽미사를 드리고, 틈틈히 시간을 내어 두 손 모아 기도를 바치고, 수술 시간에 맞춰 수술 성공을 빌거나 묵주기도 장미 꽃송이를 하늘 성모님께 올렸습니다. 수술실 밖에서 5시간 반 동안 마음 조리며 기도한 가족들, 명의의 수술집도와 간호사 간병인의 보살핌. 특별히 수술기간 중에 이병호주교님과 함께 걷는 디엠지 4대 종단 평화 순례단원들의 희생과 기도가 아무 탈 없이 수술을 잘 마치는, 크나큰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정상적인 열이라 해열제도 안 맞고 얼름찜질도 안 했습니다. 밥도 뚝딱 잘 먹습니다. 수술 이틀 후 목이 많이 부은 사람은 침도 삼키기 어렵다는데, 저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변비도 3일만에 쾌변을 보았습니다. 염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는데, 매스로 자른 목수술 부위도 말끔하답니다. 매식 후 걸으며 묵주기도 10단씩 30단을 바칩니다. 잠자리 들기 전 침대 식판 위에서 혼자 성무일도와 미사를 봉헌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많은 분들의 정성과 도움, 기도와 사랑 덕분입니다
넉넉히 3개월 후면, 자전거도 테니스도 뭐든지 할 수 있다 합니다. 물론 6개월 이상 조심조심 해야 겠지요.많은 분들의 정성과 도움, 기도와 사랑이 하느님의 새 생명의 은총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디스크 두 개를 긁어내고 경추뼈 네 곳을 깎아내고 후종인대를 두 군데 갈아내고 인공뼈 두 개를 끼우고 여섯 군데 나사못을 박는 혹독한 통증 중에 느낀 십자가의 고통이 선물한, 기적의 부활입니다.
고통이 은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영혼을 정화시키는 것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은총을 베풀어 주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많은 분들의 정성과 도움, 기도와 사랑에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2주 이상 재활치료를 마치고, 매일 동해 바닷가에서 맨발로 바치는 20단 묵주기도 중에, 영랑호 보광사에서 혼자 드리는 미사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위해 정성과 도움을 주고 기도와 사랑을 베풀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 정성과 도움, 기도와 사랑이 신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립고 애틋한 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신, 바로 그 기적의 주인공이십니다.
글:최종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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