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도량’ 보광사 대웅전 뒷편 바위가 주는 신비…영원히 마주할 성스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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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보광사에 들를 때 마다 가는 곳이 있습니다. 대웅전 뒷편 거대한 바위 앞에 섭니다.산에 몸 전체를 감추고 앞 표면 만 보여주는 바위는 크기도 상당하고 아마도 영랑호 생성 역사와 함께 그 자리에 서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입니다.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죠. 돌 표면의 풍화된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과 풍파를 느낄 수 있죠.영겁을 이어져 온 인연같은, 묵은지 친구같은 모습입니다.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가도 늘 같은 모습이죠.한번도 얼굴을 돌린 적도 바꾼 적도 없습니다.

거무튀튀한 거대한 바위덩어리 앞에 서는 두려움도 있지만 이상하리 만큼 안도감이 다가옵니다.에드먼드 버크의 표현을 빌리자면 숭고함 같은거랄까.대웅전을 이 바위 위치를 헤아려 건축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보광사 앞산에는 관음 바위가 있죠.금강산 신선봉의 정기가 그대로 이어져 뭉쳐 있다고 하는 영험한 장소죠. 관음바위가 널리 굽어 보는 역할을 한다면 대웅전 뒤편 이름 없는 바위는 땅을 보듬고 있는 모양새 같습니다.원래 바위가 있는 곳은 기가 쎄고 그래서 도량의 적지라고도 하죠. 바위를 안고 있는 절집도 많죠.

그렇지만 보광사 대웅전 바위는 제게 아주 특별하게 마주합니다.개산 400년 보광사를 지킨 성암(聖岩)이고 영암(永岩)입니다. 성스런 모습으로 천년 만년 영원히 그 자리에 말 그대로 돌처럼 서 있을 형상에  저절로 기도가 되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보광사의 부처님을 거기서 또 만납니다. 그래서 일까 보광사에 가고 싶고 그 바위를 그립니다.안팎으로 심란한 정세의 요즘  오랜 벗같이 대면해 주는 대웅전 뒤 바위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죠.한가지 아쉬운 건  바위 꼭대기에 앉아 계시던 작은 부처상이 언제부터인가 안보여  누가 가져 간 것인지 안타깝고 궁금합니다.

글:김형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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