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기는 별미지만 이것 또한 맛나게 먹기 쉽지 않다.요리가 그리 만만치 않은 과다.오리고기가 갖는 특성이라고 봐야겠다.오리고기 요리도 다양하지만 주물럭을 참 맛나게 먹었다.
양양 강현면 물치에서 회룡리로 들어가는 길목의 산호식당이다. 펜션을 겸하고 있다. 서울에서 내려온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은 늘 웃음과 유머가 넘친다. 오리고기가 여주인의 재치에 더욱 더 살살 녹아 들어가는 분위기다.
오리주물럭을 위한 준비에서 수정돌판이 먼저 압도한다. 흰색 투명한 돌판은 보통 고기집 불판과 달리 보기에도 특수하게 보이고 깔끔하다. 저 위에다 고기를 지글지글 익히면 제대로 맛이 들것 같은 감이 바로 오는 모양새다.
가스를 켜니 불판이 데워지기 시작하고 곧 이어 오리 주물럭과 콩나물 그리고 김치가 나란히 놓인다. 불판을 꽉 채울 정도로 푸짐하다. 일행 3명이 한 마리를 시켰다.주인은 잘먹는 손님들은 둘이서 해치운다고 한다.
지글지글소리가 수정돌판이라서 그런지 아주 경쾌하게 들리고 콩나물이 먼저 익고 김치가 그리고 주물럭이 차례로 익혀진다.콩나물이 오리고기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내음을 잡아주기도 하고 먹을 때 개운맛을 첨가해 준다.이점이 이 집 오리주물럭의 포인트이기도하다. 이렇게 해서 주물럭이 익으면 콩나물과 김치에 겹쳐서 한입 넣는다.삼합이 따로 없다.
그러나 오리고기의 맛을 직접 보는 것이 먼저기에 고기를 차례로 두어 점 넣었다. 부드럽고 깔끔하다.돼지고기나 쇠고기도 이런 육질로 접하기 쉽지 않다.전혀 질긴 부분이 없고 그렇다고 식감이 무딘 것도 아닌 적절한 저작을 유도하면서 입안을 채워준다. 주물럭이라고 해서 더덕 더덕 양념이 덧칠해지면 뻑뻑한 점도 없지 않은데 그 점에서 아주 농도가 적절하다.
불판 가득 펼쳐진 것을 언제 비울까 싶었는데 금새 비워갔고 밥도 볶아 드셔야죠 하는 여주인의 목소리가 건너온다. 일행은 사께 두어잔 이미 비운 상태다.
후식으로 먹는 볶음밥의 핵심은 숙성시킨 밥을 야채와 함께 투하한다는 것이다.마치 회를 숙성시켜서 내놓으면 식감도 좋고 감칠맛도 더 좋은 이치랄까. 숙성시킨 밥이 볶아지니 밥알이 굴러다니지 않고 차분하다. 얌전하게 노릇하게 익은 밥이 차분하게 불판을 덮으니 숟가락을 대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이렇게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게 모처럼 오리주물럭 실컷 먹었다. 애당초 오리고기 먹고 자리를 옮겨서 고기 좀 더 굽자고 했던 다짐은 날라가 버렸다. 이미 만복이다.개운한 느낌을 안고 돌아오는 차에서 오리고기에 대해 이야기를 더 했다.
내비로 찾아가는 분들을 위해 주소를 적어둔다. 양양군 강현면 물치천로 169 전화 033-673-1678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