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교,선진국 숭배 버려야

0
700

과달루페 성모 이야기와 그 의미

12월 12일 오늘은 1531년 멕시코에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나타난 날이다. 3일 전인 12월 9일 멕시코의 인디오 – 아메리카 원주민을 영어로는 인디언(Indian)이고 스페인어론 인디오(Indio)이다. 여기서는 인디오라고 부르겠다 – 후안 디에고에게 나타났다. 1531년 당시는 멕시코 인디오들의 나라 아즈텍 왕국이 스페인에게 정복당한지 1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인디오들은 노예이자 식민지 백성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의 코로나 판데믹처럼 스페인인들이 가져온 질병에 면역력이 없어 많은 인디오들이 죽기도 하였다.

이런 인디오에게 성모 마리아가 나타다나니? 스페인 사람들은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후안디에고에게 거짓말을 하면 처형당할 수 있다고 하고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이때 마리아는 망토에 장미꽃을 담으라고 했다. 망토에 장미꽃을 담아온 후안 디에고는 스페인인 주교와 관리, 군인들 앞에서 망토를 펼쳤다. 그때 성모 마리아의 형상이 나타난 그림이 나타났다. 그 그림은 크고 신비스러웠다. 이 그림과 신비스런 기적을 ‘과달루페의 성모’라고 한다.

그 뒤 스페인은 유화적으로 인디오들을 다스렸다. 스페인인들과 인디오들, 그리고 일부 흑인들이 섞여서 통혼하기 시작했다. 사실 오늘날에도 다른 민족들 간의 결혼과 혼혈은 사회적으로 조심스러운 인식이 있다. 그럼에도 혼혈이 많이 이뤄졌다. 윗나라 미국에서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거의 절멸시킨 것에 비하면 상당히 평화로웠고 유화적이었다.오늘날 멕시코와 라틴 아메리카는 혼혈 인구가 많다. 그리고 가톨릭 문화와 스페인어가 이식되었다.

세계 가톨릭의 판도가 바뀌었다!

올해도 한국 가톨릭은 과달루페 성모와 후안 디에고를 크게 기념하지 않았다. 가톨릭 신자인 필자로서는 매우 아쉽다.다른 종교인들이나 무종교인들에겐 믿기 힘들겠지만,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는 ‘발현’ 이라고 해서 여러 차례 나타난 적이 있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멕시코의 과달루페, 프랑스의 루르드, 포르투갈의 파티마가 가장 유명하다.

그런데 한국 천주교 내에서 과달루페는 루르드나 파티마에 비해서 덜 알려졌고, 천주교 신자들 중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멕시코에 대해서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 ‘치안이 안 좋은 나라’ 정도로 폄하하는 한국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걸까? 유럽 선진국에 있는 루르드나 파티마에 비해 과달루페는 덜 알려졌다.

또 필리핀에는 세부(Cebu)라는 도시의 산토 니뇨(Santo Niño) 라는 아기 예수상이 있다. 아기 예수상을 통해 많은 치유의 기적들이 이뤄졌고 필리핀인들은 이를 신성시한다. 사실 필자는 5개월 전에 필리핀의 세부에 있는 산토 니뇨 대성당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성당도 컸지만, 성당 바깥에 있는 강당에도 미사(천주교의 예배 의식)를 위해 사람들이 가득 찼다. 필자는 한국 천주교인이고 유럽에서 미사도 드렸지만, 이 정도로 신앙심이 뜨거운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그럼에도 한국의 천주교는 산토니뇨 아기 예수에 대해 전혀 신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럼 그렇게 한국 천주교인들이 추앙하는 유럽의 가톨릭은 어떤 모습일까? 루르드 성모가 나타났고 19세기에 한국에 천주교를 전파하다 순교한 선교사들을 보낸 프랑스는, 50% 이상의 국민들이 자신을 천주교인이 아니며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2021년 조사)

독일은 2021년에 36만명이 천주교회를 떠났으며, 28만명이 개신교회를 떠났다고 통계에 잡혔다. 미국은 유럽보단 그리스도교의 상황이 낫지만, 2018년 조사 결과 약 26%가 무신론자 내지 불가지론자(신은 있는데 그리스도교의 신은 아니다는 사상) 라고 답했다고 하며, 미국의 분위기상 실제로는 무신론자들이 더 많을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지만, 유럽의 가톨릭은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독일에서 미사를 드렸을때 드넓은 성당에 인원은 적었고 노인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난다.
물론 유럽에는 로마에 교황청 바티칸이 있고, 각 도시마다 아름답고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성당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많은 유럽인들에게 가톨릭은 전통일 따름이다.

또 예를 들어보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개 언어로 된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다. 이 중 독일어 계정은 약 68만명의 팔로워, 프랑스어 계정은 약 180만명의 팔로워가 있다.

이에 반해 스페인어 계정은 약 1897만명, 포르투갈어 계정은 약 520만명의 팔로워가 있다. 물론 독일어나 프랑스어보다 스페인어 화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독일어와 프랑스어 계정은 스페인어 계정에 비해서 이용자들이 너무 적다. 스페인어 계정은 영어 계정(약 1893만명)보다 더 이용자가 많다. 국제 공용어가 영어임을 감안하면 정말 뜨거운 열기라고 할 수 있다.한마디로 말한다면, 세계 가톨릭의 중심은 유럽에서 라틴 아메리카 혹은 제3세계(필리핀, 남아공 포함)로 넘어갔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한국의 종교, 선진국 숭배를 버려야 한다

한국의 종교는 대체적으로 – 필자의 주관이긴 하지만 – 천주교는 유럽을 높이 평가하며, 개신교는 미국을 높이 평가하며, 불교와 유교, 민족종교들은 자신들이 한국의 전통적 사상과 가치라고 자부심을 느낀다.

이는 정치 세력과도 연결되며 – 이것도 필자의 주관이다 – 한국의 좌파 정치세력은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의 우파 정치세력은 미국의 자유 시장경제를 높이 평가한다. 물론 미국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잘 사는 나라들이긴 하다.

그러나 많은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앓고 있다. 필자가 네 가지로 정리해봤다.

1.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2.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격화
3. 낮은 결혼률과 저출산/고령화
4. 우울증/자살률의 증가

미국, 유럽, 일본처럼 대한민국도 2000년대부턴 선진국이 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앓고 있다.
필자는 객관적인 통계와 자료에 기초하지 않고 있지만, 필자의 주관과 직감으로 느끼고 있다. 많은 선진국 국민들은 형이상(形而上)의 가치를 잃은 것 같다. 형이상(形而上)이란 것은 ‘보이지 않는 것’ 을 의미하는데, 신(神)이나 부처 등의 초월적 존재, 도덕적 가치 등을 의미한다.

필자의 주관이긴 하지만, 형이상의 가치를 잃어버리면 인간은 동물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한국이 2000년대 들어 선진국이 되면서 국민들이 행복해졌다기보단 더 불행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한민국 헌법 20조 2항에는 대한민국에는 ‘국교(國敎)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많은 종교인들이 정치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극단적인 혐오와 정치 논리로 신자들을 선동한다. 급기야는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대통령에게 죽음의 저주를 퍼붓는 이상한 신부도 등장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헌법은 허수아비란 말인가?

예수는 원수를 일흔일곱번 용서하라고 했고, 부처는 무주상보시(無主相普施) 라고 댓가없이 자비를 베풀라고 가르쳤다.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생각이 다른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포용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평범한 신자도 아니고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이상한 생각을 한다는게 참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또한 한국인들 – 특히 한국의 천주교는 선진국 숭배에서 벗어나 멕시코의 과달루페 성모, 필리핀의 산토니뇨 예수상, 브라질의 아파레시다 성모 등을 신자들에게 알려야 된다.

필자가 방문하고 만났거나 SNS로 접한 필리핀과 라틴 아메리카, 남아공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낙천적이고 가톨릭 신심도 강했다.

물론 라틴 아메리카와 필리핀, 남아공이 성인군자들만 사는 나라는 아니다. 그들 나라들도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가톨릭 신앙심이 강하며 전반적으로 가족애와 친구들 간의 우정이 강했다. 한국 사회는 가정이 해체되고 우정이 약화된 사회라는 느낌을 받는데, 그들은 가족애와 우정이 남달랐다. 그리고 결혼도 일찍, 많이 하고 출산률도 높다. 싱글맘, 싱글대디라도 당당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보면 재산이 많지 않은데도, 그들은 행복해보이고 낙천적이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또한 불교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미얀마가 세계에서 기부 비율이 높은 나라(91%)로 꼽힌 적이 있다. (2018년 조사) 인도네시아(이슬람 국가), 태국, 베트남이 뒤를 따르고 있다. 선진국들도 아니면서 기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불교의 보시(普施) 의 전통이 영향이 크다.

태국이나 베트남에 가면 스님들이 탁발보시를 하는데, 사람들이 기꺼이 돈이나 물건, 식량 등을 내놓는다. 불교권 국가들 역시도 가족애가 남다르고 친구들 간의 우정이 각별했다.

한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선진국을 높이 평가하고 개발도상국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을 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마인드를 벗어나, 선진국만 배울 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장점도 우리가 인지하고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글:강경훈 박사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