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고성 문암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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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악투데이

고성군 해안가에는 크고 작은 많은 포구들이 포진하고 있다.죽왕면 문암항도 그 중 하나다.문암항은 규모로는 작지만 내용적으로 아주 풍요로운 포구다.국가지질 공원 능파대가 항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문암은 계절 변화에 맞는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어느 계절에 가도 문암포구는 새롭고 신선하다.

서퍼들 가게도 문을 닫고 포구의 비릿내나는 분주함도 수그러든 오후, 새로운 귀빈들이 문암을 수놓으면서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문암은 갈매기 항구가 된다.

포구 앞 바다 갯바위에는 수천 마리를 헤아리는 갈매기들이 마치 남극의 펭귄들이 조지아섬 바위돌 위에 앉아 있듯이 모여 있다.항구 안쪽에서 역광으로 보면 마치 무슨 흰돌이 바위돌 위를 데코레이션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갈매기들을 좀더 또렷하게 보며 사진이라도 한 장찍으려면 하얀등대가 있는 모래 사장 쪽으로 나와야 한다.

갈매기가 항구에 맴돌면 먹을 게 있다는 표시다.그래서 아침 바다에 나갔던 배들이 귀환할 무렵이면 갈매기들이 생선 냄새를 귀신같이 맡고 포구에 모여들어 원을 그리곤 한다.문암 포구 갯바위에 왜 갈매기들이 저렇게 집단으로 모여 있는지 사연을 알수 없다. 오후 시간은 이미 출항했던 배들이 돌아와서 작업도 마치고 어부들도 다 귀가하고 종료돤 시간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편안한 집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그 바위가 편안한지, 문암 바다의 내음이 더 향기로운 것인지 궁금하지만 그것은 그냥 미뤄두고 갈매기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에 집중한다. 아름답다. 눈부시다. 경이롭기 까지 하다.

갯바위가 마치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인다.한참을 있었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 일까.

여름이 썩 물러가고 이제 동면이 기다리고 있지만 바다는 여전히 분주하다.해수욕객 나그네들이 여름 한철 다녀간다고 바다는 비어 있지않고 늘 작동한다. 배들이 드나들며 고기를 잡아와야하고 갈매기들도 그대로 바다를 지킨다.그래서 계절이 넘어가도 바다는 심심하지 않고 바다 고유의 모습으로 있다. 문암포구는 갈매기 친구들이 꽉 채운다.

갈매기를 보러 문암 포구에 와야 하는 이유다.다들 떠난 빈집 같은 해변에서 갈매기들의 향연을 보는 재미는 쓸쓸함을 데우는 일이 될 것이다.

그냥 아무 약속도 없이 문암 포구에 와서 갈매기에서 친구처럼 무언의 말을 걸고 스마트 폰으로 사진 한장 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문암항 갈매기는 ‘갈매기의 꿈’을 선사할 것이다.

거기서 당신의 겨울로 가는 꿈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문암항 갈매기들이 당신을 기다린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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