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예술인 지원..형식적 아닌 맞춤형 지원 시스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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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과 2월이면 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분주해진다. 각종 문화예술지원사업 공모와 학교와 주민자치센터 등의 강사자리를 알아보고 신청하는 시기이다. 이때에 준비가 잘되어야 한해를 무사(?)하게 살아가게 된다. 농사로 치면 씨를 뿌리는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애기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여 지원 사업을 신청하지 못하거나 신청하여 선정이 되어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큰 재난이 일어나거나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돌면 모든 게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가 된다. 공연이나 강습은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고, 또 모여야 하는 것이기에 당연한 듯 그리된다. 사스가 그랬고, 메르스가 그랬고, 신종플루가 그랬다. 산불이 그랬고, 너무나 슬펐던 세월호가 그랬고, 폭설과 폭우가 내려서 그랬다.

올해는 코로나가 그렇다. 확진자는 매일 급속한 증가를 보였다. 사망자도 점점 늘어났다.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부터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아프리카 등 경계가 없이 코로나는 확장되어 갔다.

당연히 모든 행사와 공연과 강습은 취소와 연기가 되었다. 코로나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은, 예술가들은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거리공연도 무대공연도 전시도 강습도. 가뜩이나 가난한 주머니 사정이 걱정되어 따듯한 봄날만 기다렸는데 세상에서 아주 지워지는 듯 했다. 슬펐다. 주머니는 완전히 비었다. 서너 달 동안의 수입은 0원 이었다. 예술인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어디 가서 투정을 부려 볼 수도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정부에서 예술인 지원 사업들을 내놓았다. 예술 강사 지원 사업, 공연 및 전시를 하지 못한 예술인에 대한 지원 사업 등등. 그런데 이 지원 사업이 만만하지 않다. 증명을 해야 하는데 매우 까다롭다. 계약서가 있어야 하거나 예술 활동을 서류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각종 행사가 계약을 시행하기 전에 이미 이렇게 되어 버렸는데 무슨 수로 그 걸 증명하지? 집행하는 쪽에서는 ‘아무자료’라도 만들어 오라고 한다. 자꾸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몰아간다.

이건 지원 사업 자체가 다분히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이쯤에서 슬쩍 화가 난다. 증명 서류가 없으면 어떤 예술을 하려고 했는지 어떻게 알고 지원하느냐고 한다. 이런 지원은 예술가를 화나고 불편하고 자존심 상하게 한다. 왜 이렇게 지원의 방식이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다.

지원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이러이러한 전시나 공연을 하려고 한다는 간단한 계획서 한 장만 내면 지원을 하는 방식이 있겠다. 영상을 활용한 공연이나 전시를 지원하고 시민을 대신해 정부가 관람료를 지불하는 방식도 있겠다. 계획서를 제출하면 무조건 최소생계비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식도 있겠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예술인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도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지 못하는 건 아마도 예술인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수렴하는 수고가 번잡하여 일반적인 지원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왕 지원을 할 거라면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예술인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과 방법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예술인들은 삶이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사람들로 하여 보다 윤택한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을 보태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삶을 비루하고 비참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보다 따듯한 마음으로 예술인들을 대할 수 있는 세상과 시스템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글:최종현(영북민속문화연구회 갯마당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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