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기차의 추억..가슴 뭉클한 동해북부선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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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강릉으로 가면서 기차를 처음 보았다. 열 일곱살. 인생의 첫 기차였다.
기차 보는 재미에 청량리에서 출발한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강릉역으로 구경나가는 날도 있었다. 고향 고성에서 기차를 볼 수 없었던 촌놈에게 기차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그 후 나는 강릉에서 묵호를 오가는 기차를 타면서 기차의 재미를 조금씩 느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기차여행은 베를린에서였다. 1987년 괴테 인스티튜트 초청으로 서베를린 방문시 서베를린역에서 국제열차를 탄 그 순간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그때는 독일이 통일되기 전이다. 서베를린 역에서 열차를 타고 동독을 통과해서 아침에 덴마크 코펜하겐에 내렸다. 분단상태인 독일이지만 서베를린에서 출발하는 국제열차가 동독땅을 경유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고 부러웠다. 그 순간 고성에서 열차를 타고 원산을 거쳐 시베리아로 가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온다. 오늘 동해북부선 철도 복원 추진 기념식이 제진역에서 있었다. 강릉에서 제진구간을 잇는 공사다. 2년 전 남북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거론한 그 작업이 이제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고성에 기차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제가 건설한 양양-안변노선이 고성을 통과했다. 속초, 양양, 천진, 공현진, 간성역등 무려 스물아홉개의 역이 있었다.

일제가 건설한 동해북부선은 한국 전쟁으로 폐지되었다. 그 이후 고성지역에서는 기차를 볼 수 없었다. 고성은  분단의 이중고를 교통에서도 짊어지고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온 셈이다.그래서 고성에서 태어나도 동해북부선 철길의 추억은 있어도 기차를 본적이 없는 것이다.

이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되는 수순을 밟게 되면 착공일 잡는 일만 남은 셈이다. 공사 진행소식을 시시각각 듣는 일도 즐거움이리라.

뒤늦은 감이 있지만 고성에서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가슴 떨리는 사건이다. 동해북부선을 복원하고 북측의 구간을 연결하면 남북왕래의 길이 놓이고 남북교류시대를 대비하는 교두보, 나아가 유라시아도 뻗어나가는 꿈의 철로가  연결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날개를 다는 것이다.

분단1번지 고성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힌 땅이다. 철도는 물론이고 고속도로도 연결이 안된 길은 더 이상 위로 갈 수 없는 절름발이였다. 그 같은 역설이 오히려 새로운 반전의  기회로 다가오는 것이다. 기차타고 금강산가는 꿈을 당길 수 있다. 동해북부선 복원은 이 노선을 따라  북한 지역을 통과해서 시베리아로 달려가는 유라시아 꿈을 담고 있다. 그 코스는 경제적 경쟁력도 가진다. 그렇게 되면 부산항 컨테이너가 부산을 출발해 동해북부선,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유럽까지 간다는 그림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고성은 이같은 큰 그림에서 물류와 에너지 기지로서 역할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교통오지 고성의 기지개가 펴지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분단의 이중고를 안고 있는 고성은 교통 인프라마저 취약해서 오지 아닌 오지로서 많은 불이익을 겪었다.
닫힌 고성에서 열린 고성으로 가는 대전환의 구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고성은 이제 일어서야 한다.
분단의 오지에서 드넓은 대륙으로 가는 길목으로서 고성의 깃발을 드높여야 한다.

평화의 희구, 지역발전의 동력, 유라시아로 드넓게 나가는 대륙의 꿈을 세우자.
동해북부선이 완공되는 날 정말 꿈결에서 천진 들판을 지나는 열차 경적음을 듣고 싶다.

신창섭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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