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주의 고성여행(16)… 오래된 신비의 화암사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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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런 여름날씨에 농사일 많이 애 먹었습니다.그러다 보니 가까운 곳 한번 걸음 하기 쉽지 않았던 차에 그동안 맘 먹고 아껴 두었던 코스탐방에 나섰습니다. 익히 알려지고 누구나 아는 것 같지만 실은 자세히 모르는 코스라고 여겨집니다. 화암사를 가는 방법 치고는 근사한 경로지요.요즘 지역에서 뜨는 리조트 설악밸리를 경유해서 화암사길을 나섰습니다.

설악밸리는 마치 스위스에 온 듯 다채롭게 잘 조성해 놓은 리조트로서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공원이라고 할수 있죠. 설악밸리 입구에서 곧바로 난 대로를 따라 가다보면 끝나는 지점이 보이는데 그곳이 화암사 산책 코스 시작점입니다. 설악밸리 관광객들도 종종 이용하는 코스죠. 가파르지 않고 편안하게 숲속을 걷는 맛이 일품입니다.

산은 어느새 기운이 확연히 다릅니다.숲길 초입에 들어서자 좌측 폭포수 물 소리가 정말 경쾌하게 들립니다. 지난 여름의 더위를 다시 한번 씻어 내는 듯 마음까지 물에 첨벙 들어가는 느낌입니다.오래된 계곡에서 만나는 물소리는 뭔가 깊은 맛이 다릅니다.초입의 우측으로 올라가면 전망대도 있고 지역의 바다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특히 울산바위 전망 참 좋습니다.

흙길을 걷는 발길에 가을이 먼저 오는 듯 양탄자처럼 부드럽고 숲도 계절의 변화를 스스로 주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길이라는게 자주 다녀야 매끄럽게 다져지는 법인데 이 길이 그런셈이죠.우리네 마음도 그런건가요. 지역분들 이야기로는 오래전에 정말 오솔길 정도의 길을 헤쳐가면서 화암사로 갔다고 하니 말입니다.금강산 제1봉인 신선봉의 정기가 그대로 흘러 내리는 길이라고 할수 있죠. 그 정기가 걷는 길과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신평들녁을 적시고 청간정 바다로 들어갑니다. 그 어느 하천보다도 신선이 놀던 물같이 명징하고 깨끗하죠.그렇고 보니 신선이 된 기분이고 가을을 부르는 듯한  발걸음 참  좋습니다.

흙길을 걷다가 작은 물가도 건너고 직선을 가다가 구불거리는 길목을 돌아가기도 하는 소소한 길이 주는 맛 평온하고 차분합니다. 실제 이 길은 어느 계절에 걸어도 좋은 느낌을 주는 참으로 다채로운 모습의 길이죠. 그렇게 해서 20여분 걷다보면 다리가 나오고 물소리가 더 크게 반깁니다. 화암사 절집 지붕도 살짝 보이고 웅장한 산세에 압도당합니다. 잠시 휴식을 합니다.

이 다리 구간이 설악밸리와 화암사 중간쯤되는 지점이죠. 여기서부터 조금 가팔라 집니다.

두가지 방법이 있죠. 화암사 가는 아스팔트 길을 가는 것과 계곡 옆으로 조성된 숲길을 따라 가는 방법인데 아무래도 물소리 들으면 걷는 코스가 좋죠. 확연히 분위기 달라집니다.특히 흙의 빛도 조금은 검은 빛으로  오래된 빛깔을 내보이죠. 1500년 고찰 화암사의 오랜 내력이 전해오는 듯 깊어지는 분위기에 숲속은 좀더 어두운 빛이고 물소리도 더 깊은 울림으로 발걸음을 동행합니다.

지역의 명승 고찰인 화암사는 그 위치만으로도 영험함을 품은 절집이죠. 신선봉 아래 금강산 첫 사찰로서의 그 가치가 큽니다.쌀 이야기가 전해지는 수바위를 통해서 신선대 가는 코스도 그렇고 화암사 절집 안팎의 바람소리,물소리, 풍경소리는 천년 신비의 비장함을 들려 주는 듯합니다. 원시림 같이 우거진 계곡을 내려다 보니 가을 가을 하는 듯 나무들도 변신을 준비중이네요. 더웠던 여름이 아득한 것처럼 보이니 말입니다.

언택트 힐링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코스라고 할 수 있죠. 그뿐 아니죠.설악밸리라는 현대적 의미의 휴양처에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고찰의 향기를 맡는 시간을 넘나드는 여정인 셈이죠.도시인들이 찾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만합니다. 그게 이 코스의 매력입니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신선대로 발길을 옮겨도 좋고 화암사 경내서 잠시 쉼을 통해서 그간 짓눌렸던 스트레스 확 던지는 것도 묘미겠죠.

점심 먹고 짬을 내 올 수 있는,명소를 가보는 기분과 함께 시간속에 자신을 발견하는 발걸음.힐링과 문화 그리고 휴식이 있는 삼중주의 코스..그래서 화암사 가는 길은 늘 좋습니다.

글:변현주(진부령 꽃차농원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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