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라도 어느 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나 감상이 달라진다. 목 좋은 곳은 이같은 안목에서 나온다. 늘 울산바위를 보고 지나치지만 이런 자리에서 울산바위와 그 언저리 풍경을 보는 맛 완전 새롭고 황홀하다.
속초 IC 근처에 새로 개업한 카페 ‘담담’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뷰를 잡아 낸 절묘한 카페다.담담의 의자에 앉아 창으로 다가오는 울산바위 미시령 신선봉 전경 새로운 발견이다.감탄사가 절로 나온다.6월의 짙은 녹음이 광활한 풀밭 같다. 눈 덮인 겨울은 또 얼마나 동화같을까?
이 카페의 감탄은 또 있다. 도자기다. 카페주인이자 도예가인 홍의연씨가 자신의 작품을 카페 벽면에 전시장처럼 꾸몄다.다양한 도자기가 병풍처럼 쳐진 카페는 미술관 분위기도 나고 얼핏 특병전시관 같기도 하다.지역에 많은 카페가 문을 열고 있지만 이점에서 이색적이다.당초 치밀한 계획도 없이 전망 좋은데 있다고 해서 보고 망설임없이 결정했다.갤러리 같은 카페가 가능하다는 게 큰 이유다.
내부 분위기는 담백하고 차분하다. 좀더 세밀하게 이야기하면 묵직하면서도 평화롭다.은은한 차향과 커피향이 자연스럽게 코끝을 스치는 분위기가 일품이다.멍때리기도 좋고 뭔가 하고 싶은 의욕도 인다.
이제 개업한지 한달남짓, 홍의연은 역마살에 속초를 제집처럼 드나들다가 정착했다.바다가 너무 좋았다, 새벽에도 차를 몰고 바다로 속초로 달렸다. 그러다 정착한지 벌써 20년. 그간 속초에 머물면서 이런저런 강좌를 열고 제자들을 키워내면서 끝임없이 작업에 몰두해 왔다. 지금은 설악산 자락 도문동에서 가마를 돌리고 있다. 여러차례 전시회를 연 중견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속초를 닮은 바다가 담겨 있다.블루 계열의 색감으로 만들어진 컵이나 접시등에 출렁이는 바다가 보인다.아마도 그의 역마살 간이역인지 모른다. 실제 그는 하동으로 갈 생각도 있었지만 바다에 붙잡혀 멈추었다고 한다.
도자기 굽는일에 이제 카페라는 일을 추가해서 그의 역마살이 발목 잡힌듯하지만 평온함에 새롭게 적응해 간다고 말한다.도자기 작가가 직접 차를 끓이고, 그가 만든 작품의 카페에 있는 흔치 않은 공간은 그래서 더욱 색다르고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언뜻 절집에 온 분위기도 느껴진다 할까.
변하는 날씨마다 모양도 분위기도 색감도 달라지는 백두대간의 핵심풍경을 감상하는 카페 담담은 홍의연에게 정토나 다름없다.창으로 보는 풍경이 자꾸 보고 싶을 정도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경우도 흔치 않다. 울산바위가 매순간 새롭게 다가오는, 이날 따라 이글거리는 태양에 짙은 녹음이 굽이치는 듯한 그 모습을 그릇 벽면에 그림 넣듯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카페 담담은 그래서 좋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