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화암사 가는 옛길…가을 볕과 신심이 충만한 오래된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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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악투데이

볕이 좋다. 목덜미가 약간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그 갈피에 바람이 산들 분다.하늘을 쳐다보니 구름 한점 없이 원색이다.가을이라는게 이런 모습인가…

그동안 날도 변덕스럽고 태풍소식에 제대로 걷지 못했던 숙제를 한다.태양이 벌거숭이처럼 내리쬐는 코스보다는 나뭇잎이 우거진 길이 좋을 싶어 화암사 가는 옛길을 택했다.

켄싱턴 설악밸리 입구에서 조금 더 가면 오래돼서 낡은 화암가 가는길 안내판이 나온다. 입구 출입문은 닫아 놓는 날이 많은데 오늘따라 활짝 열어 놨다.옛길이라 하지만 아스팔트 길이다. 반대편으로 새로운 길이 나기전에 화암사 가는 차량과 사람들이 다니던 길이다. 도로 폭이 그러 넓지 않다.

나무 그림자가 길 간간이 드리워져 있어 직사광선의 가을 볕을 온몸으로 받고 걷는 거 보다 덜 덥고 상큼하다. 더욱이 태풍 비바람으로 하천물이 불어 신선봉에서 내려오는 천진천 물소리가 요란하게 귓전을 울린다. 태양도 바삭바삭 소리를 내는듯하고 바람결에 나무도 흔들리니 모든 게 조화롭다.

직선으로 곧게 난 길을 조금 걸어가니 화암사 입구의 전설어린 수바위의 웅장한 모습도 보이고 신선봉의 기품있는 자태가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서 있다. 이불을 말리듯 햇살을 받고 있는 산의 모습이 이럴때는 정말 지근거리에 있는 듯 다가온다.금강산 제1봉이 눈앞에 서 있다니… 그러고 보니  금강산에 들어선 셈이다.

신선봉만 쳐다보면 섭섭할테니 좌측을 보니 울산바위의 덩치 큰 모습이 듬직하니 버티고 있다. 바위 표면에 햇살이 부딪칠 듯 하는 모습이다. 잼버리 대회장으로 쓴 너른 공터에 서서 잠시 울산바위와 정면으로 마주한다.그러고 보니 은근 핫 포인트다.움푹 파인 지대에서 설악과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다 볼수 있으니 말이다.이 코스가 주는  큰 매력이다. 지루함이 덜하고 명소를 마주하는 기쁨이 있다.

화암가 가는 이 길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화암사 인접 산아래 그러니까 신선봉 아래 위치했던 안양암을 찾아가는 순례길이기도 하다. 400년전 세워진 안양암은 속초 보광사의 모태이기도 하다.1930년대 대홍수로 유실돼 영랑호반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그 당시 선사들이 이 길을 따라 영랑호반으로 다녔고 지역 마을 주민들도 걸어서 안양암과 화암사에 기도하러 다니던 신심이 깃든 길이다.아마도 지역의 가장 오래된 순례길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오솔길이 아스팔트로 변했고 다시 폐쇄되었는데 그렇게 되고 보니 오히려 걷기에는 더 좋은 길이 되어 버렸다.고즈녁한 숲 우거진 길에서 가을의 향기를 맡으면서 명산의 정취를 가슴에 가득안고 걷는 맛은 여름내 부족해진 허함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땡볕을 걷기보다 좀더 시원하고 입체적인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화암사 가는 구길이 제격이다.그 길에서 역사속에 자취를 감춘 안양암의 이야기도 첨부하면 더 의미가 배가 될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니 화암사 주차장이 나오고 일주문이 보인다.이어 언덕길을 올라가면 화암사에 도착한다.총 3킬로미터 정도 거리다.

추석명절이다.아무래도 많이 먹는 때인데 소화도 시킬 겸 화암사 가는 옛길을 밟아 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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