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 신부의 나그네 여로) 형님 스님과 아우 신부의 연꽃같은 찐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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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물보라를 일으킵니다. 사람은 사랑을 불러옵니다. 한 사람의 사랑은 어려울 때 더욱 드러납니다.

인생은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때때로 타인에 의해 어려운 관문을 지나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무기력증은 우울증으로 깊어졌습니다. 꼭꼭 눌러놓았던 지난날의 상처들이 용암처럼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떻게 신부님이 우울증에 걸렸어요. 항상 긍정적이고 밝게 웃고 사는데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러게요. 제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휴양 날짜는 다가오는데 갈 곳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종교시설에 오래된 지인이 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년 휴양할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 지인이 그 종교시설에서 며칠 쉬고 왔다며 연락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30년 전부터 알고 있는 관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피정객들을 받아야 하니 어렵다며 정중하게 거절을 했습니다.

23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스님께 안부전화를 드리고 찾아뵙겠다고 했습니다. 언제든지 방문하라는 통화를 마치고 한 달 뒤에 찾아뵈었습니다. 휴양을 할 수 있는 방이 있는지. 어떻게 말을 꺼낼까, 고민하며 방문을 했습니다. 여비까지 손에 쥐어주시던 형님 스님의 배려는 깊은 우정의 선물이었습니다. 평생 간직해야 할, 하늘까지 영원할 사랑이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배려와 사랑을 일기장에 새겼습니다.

배려

하늘까지 영원할 우정은
지치고 어려울 때 피어나는 꽃일까요?

무주에서 5시간 걸려 사찰에 갔습니다
동해안 산불로 대웅전 앞 노송까지 불이 날아와 붙었지만
가까스로 사찰과 주변 소나무만 화마를 면했습니다
노송으로 울창한 숲이 화마에 사라진 자리마다
아이 키만 한 소나무들이 키 재기 하듯이 자라고 있습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사찰의 풍경,
인마로 상처받은 내 영혼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몇 년을 보지 못했어도
우리의 우정은 보이차처럼 찐하고
노송처럼 푸르릅니다
오래 두어 더 향기로운 차담을 마십니다

– 형님, 제가 1년 휴양을 할 것 같아요.
= 그래요, 방 하나 내어 줄께 여기서 쉬어요.
코앞에 영랑호 호숫가를 산책해도 좋고, 자전거 세 대나 있으니 아무 때나 휭 콧바람 쐐도 되고, 바다도 나란히 있으니 탁 트인 수평선 따라 맨발로 해변을 걸어 봐요. 아무 것도 하기 싫으면 하루고 이틀이고 방에서 뒹굴뒹굴 쉬어요.

형님 스님과 아우 신부의 찐우정,연꽃처럼 활짝 피어납니다.

글:최종수 (신부/현재 속초 보광사 체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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