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반토막 나고 도로가 아파트 부지로 편입돼”…’막무가내’ 수복탑 옆 고층아파트 재개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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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 갔다 바로 집엘 못 들어오고 있습니다.공사가 끝나 어두워져야 귀가하죠.저희 식구들 다 약 먹고 버티고 있습니다.” 동명동 주민 황성수씨(55세)는 오늘도 약을 타러 가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포크레인 5대가 오전 7시반 부터 왼종일 철거작업을 하니 집에 있는 게 공포죠.이렇게 멀쩡히 생활하고 있고 토지정리가 완결되지도 않았는데 막무가내로 작업을 하니 미칠 지경이죠.”

속초 동명동 수복탑 옆 재개발 지구. 지구단위 계획에 따라 60여가구가 옹기종기 몰려 살던 곳에 43층 규모 고층 아파트 3동이 들어선다.토지정리가 말끔하게 되지 않은 상태인데 건축허가가 났고 일부 철거작업중이다.왼종일 포크레인 굉음이 진동하고 있다.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어느날 부터 업자들이 이 일대 주택을 야금 야금 매입해서 사업 허가를 받았다.그런데 내막을 보면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황씨는 말한다. “아버지때부터 살아온 집이 반토막 납니다. 어떻게 지구단위계획을 설정하면서 살고 있는 주택을 가로 지르는 경계설정을 한답니까?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제 몸뚱아리를 반 잘라 내는 거나 마찬가지죠.” 더욱 기가막힌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질때도 속초시청에서 한마디의 설명이나 의논이 없었다고 한다.

그의 설명은 이어진다. “방법도 아주 고약하죠. 제가 철거 동의를 하지 않으니까 전체 사업지구에서 일정부분 수용이 되면 강제 집행이 가능한 조항을 교묘한 방법으로 강제수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죠.” 황씨는 절대로 동의 할 수 없고 법적투쟁으로 맞서겠다는 각오다.황씨 말고도 두어 채 집이 똑같은 경우로 법정 다툼중이다.

또 한가지는 지구단위계획 사업지구내에 도로가 아파트 부지에 편입된다.폭 4미터가 넘는 공공도로다.전체사업부지 가운데 560평 규모다.“5톤 트럭이 다닐 정도고 이 길은 정말로 역사 깊은 마을길이죠.구 속초역에서 바다로 내려가던 길이고 마을 주민들이 오랫동안 정을 나누고 삶을 영위하던 길입니다.”

사실 수복탑쪽 입구 진입로 30여평은 황씨 땅이다. 그런데 작고한 황씨 아버지가 마을사람들의 원활한 왕래를 위하여 길을 내놓아 장기간 마을길로 사용해 왔다. 고층 아파트를 짓는다고 국유지를 사업자의 지구단위계획속에 편입하는 조치는 위법이라는 게 황씨의 견해다.최소한 국유지 도로는  살려 통행이 가능하게 하는 게 순리라는 지적이다.그는 “속초시에도 누차 문제점을 제기하고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귀를 막고 있고 공사가 진행중이다. 무법 천지가 따로 없다.”고 말한다.황씨는 마을길이 아파트 부지에 편입되는 것을 항의하기 위해 도로로 내주었던 사유지를 막아버렸다.

수복탑 옆 아파트 건설 예정지는 속초에 남은 해변 인접 마지막 노른자땅이다.수복탑이 앞에 서있고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씨는 “업자들이야 이득 보려고 혈안되어 그렇다 치고 사업허가자인 속초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개인 주택을 동강 나는 허가를 해 주고 무슨 권한으로 국유지 공공도로를 아파트 부지로 넘기는지 말문이 막힙니다.”고 비판했다.

7년째 이런 모순과 맞서 싸우고 있는 황씨는 그간 많은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식구들도 마찬가지다.특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요란한 소리에 아이가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어렵고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황씨는 “ 이런식 난개발로 이득을 보는 거 누구인가요. 이런 사업이 속초시민을 위한 것인가요. 속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고 다짐한다.

“사실 아파트 철거가 진행되는 이날 이때까지 7년간 공청회나 설명회 한번 없이 진행돼 왔습니다. 주민들은 봉이죠.대다수 주민들은 보상금 받고 떠났죠.저는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정말 정든  집안의 내력이 깃든 집을 유지할 겁니다.집이 반토막 나는 상황인데도 아무런 설명도 안 해주는 시청은 도대체 누굴 위해 있는 건지 분노가 치밉니다. ”

황씨와 대화중에도 포크레인의 굉음에 고막이 울릴 정도다. 아파트 난개발 몸살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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