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이 사라진 통증…속초 갯배 청년몰 잿더미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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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갯배 청년몰 화재 동영상을 지인이 보내줬다.거대한 불기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순식간에 저렇게 화염에 휩싸이다니….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다. 정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지겠지만 마음은 무겁다.속초의 상징이랄 수 있는 또 하나의 역사가 소멸되었다 생각하니 그렇다.

청년몰은 구 속초 수협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문을 연 청년들 꿈의 집합소였다. 속초수협이 이사가면서 건물미래에 대한 갑론을박 끝에 존치를 결론 냈었다. 그만큼 건물의 역사 문화적 가치가 크다는 의미였다.

수협 건물 자리는 속초의 역사 자체라고 할 수 있다.전쟁 피난민들이 봇짐을 풀며 새 출발을  시작하던 곳… 귀항한 배들이 내려 놓는 싱싱한 생선의 활기찬 아침, 청호동을 오가는 갯배,아바이 마을의 정취등이 한데 어우러진 속초의 탯자리다.시민들의 땀 내음이 흥건하고 나그네들이 제일 먼저 방문하는 1번지다.실향의 도시 속초의 풍경은 그 자리에 서야 가슴 먹먹하게 들어찼다.건물이 오래되었다는 외면적 사실 말고도 그 갈피에는 많은 애환과 고단함 그리고 기쁨이 녹아있다.구도심의 쇠락속에 다소 활기가 떨어진 상황에 힘을 불어 놓으려고 했던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속초에서 가장 속초 다운 모습을 지키고 유지해 나가는 일은 시민의 자부심과 미래 희망에 중요한 일이다.

가장 오래된 흔적의 잿더미 상황을 바라보는 심경에 참담한 것은 그래서다. 언제부터인가 오래된 것들은 다 헐어지고 밀려나면서 고층만이 살아남는 흐름에 많은 시민들이 가슴에 가시가 박힌듯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그런데 최후의 보루같던 건물 마저 이렇게 되다니 야속하고 속상한 일이다. 바다의 도시 속초에서 바다를 지우고 바다조망을 막는 행위는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구 속초 수협 건물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추억해야 하는가? 마치 연인을 잃어버린 듯 애가 나고 아쉽고 그리우면 어떻게 하나.

눈이 부시게 맑은 날 건물 위로 올라가서 우측으로 고개 돌리면 보이던 청초호와 대청봉의 장엄한 모습, 비오는 날 갈매기가 끼억하며 출어하는 선박들을 배웅하던 장면, 눈오는 날 시민들 몇 명을 태우고 아바이 마을로 가는 갯배의 영화같은 장면… 한때 저 건물이 독일 함부르크 항구의 엘프 필하모니처럼 도시부활의 상징으로 거듭나길 바라던 소망조차 접어야 하는구나 하니 필름이 끊기는 듯 하다.

기억하고 추억해야 할 것들이 자꾸 사라지는 속초의 현실이 그래서 더욱 답답하다.’제로 그라운드’ 저곳을 어떻게 해야  상심을 치유하고 희망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신창섭

2 댓글

  1. 시민으로서 속초의 마지막 흔적이 사라진게 너무 허탈하고 가슴아팠읍니다…그주변에는
    새로운 거대빌딩이 들어올 것입니다ㅡ화마가 속초의 역사를 삼키고 시민의 가슴을 할키지만 전직 관료자와 허가자와, 개발자들의 탐욕스런 미소가 보입니다ㅡ

  2. 채욕샘시 장은 회심의 미소로 개발을 서드르세요 또 지역관제신문에 설악산 개발이라는 여우같은 이상한 투고도 했던데…
    전 단체장님들 차라리 속초시를 고층시라고 바꿉시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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