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대화하니 행복합니다”..조각가 장국보 작업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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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도 돌 깨는 소리가 명징하게 들렸다.천진 5거리에서 신평가는 도로변의 조각가 장국보의 작업실에서 나오는 망치소리다. 이른 아침인데도 이마에 땀방울이 흥건하다.“아침 7시 반이면 작업을 시작하죠. 은퇴하고 이렇게 평생을 함께한 좋아하는 돌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작가는 편하게 이야기 했지만 작업중인 작품은 무겁기 그지없다.작가는 요즘 신작 작업에 긴긴 해를 다 쓰고 있다.보기만 해도 엄청 큰 조각상이다.몇마디 건넸다.

엄청나게 큰 작품인 것 같다?

-경북 영주에서 7톤의 화강석을 가져다가 3톤을 잘라내고 나머지로 작업을 진행중 인데 3개월 해서 이 정도 작업을 했는데 아직 2개월은 더 소요될 것 같네요. 2미터 50센티미터니 제 키보다 더 큰 작품이죠.

작품이 입체적이고 고난도 작업 같다?

-우리 전래 이야기 도깨비 전설을 형상화하는 것입니다. 기둥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그리고 아래에 사람들 모습을 등을 돌덩어리 하나에 담는 것이기에 질감의 세밀한 표현이 더욱 더 어렵습니다.표면을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망치를 때리는 강도나 횟수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죠.옛날 털조끼가 좀 무섭게 보이잖아요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허리띠도 그렇구요 그런 세밀한 표현이 필요한 작품이죠.

-특별한 제작동기가 있나?

도깨비 전설이 일본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모태지요. 우리의 이야기죠.그래서 돌로 형상화 해 놓으면 천년 만년 유지될 터이니 이렇게 작품으로 남기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겁니다.오랜 구상과 자료 섭렵 기간을 통해서 시작한 작업이죠.

우리 산에서 캐 온 돌에다 우리 이야기를 담는다는데 공감이 갔다. 그러고 보니 조각의 인물들 표정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친근한 모습이다.서양 대리석에 새기면 절대로 저런 푸근한 맛이 안난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정년퇴직을 하고도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에 몰두중이다. 반바지 차림의 다리 이곳 저곳에는 멍든 흔적과 생채기가 보인다.그만큼 작가의 작업은 육체적으로도 고된 중노동이다.수백만번의 망치질을 거쳐야 작품 하나가 완성되는 완전 수작업이다.

장국보는 2가지 고집스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보조 석공을 쓰지 않는다. 돌을 캐 오는 작업부터 완성까지 망치질을 혼자 해내고 있다.또 하나는 판매목적으로 주문받는 작품은 만들지 않는다.그런 고집으로 힘들 것 같다고 하니 “먹고 살만하고 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고 너털 웃음을 짓는다.

그의 집 마당에는 그가 아끼는 완성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본의 아니게 전시장이 되었고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볼수 있다.대기업 회장들이 탐을 내면서 거액을 제시하면서 작품을 달라고 해도 작가는 아직 허락하지 않고 있다.“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겸손해 한다.

작년에 별세한 실향민 장인 어른을 생각하면서 만든 포옹 하는 조각상 앞에서 그는 잠시 눈시울을 붉힌다.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작품등 우리시대와 삶 그리고 이웃들의 애환이 묵직한 돌에 애잔하게 흐르고 있다.마치 말을 건네는 듯하고 부르는 듯하다.

제대로 된 전시장이 마련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꼈으면 하는 아쉬움이 다가온다.지역 곳곳에 조각상을 비롯해서 설치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의미가 통하는 작품을 세워 놓으면 그게 랜드마크가 되고 인증샷 찍는 장소가 되고 관광상품으로 승화된다.그런 점에서 지역의 문화정책도 좀더 트인 안목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작업장 앞에는 냉장고만한 돌덩어리 2개가 대기중이다.“저 돌은 그냥 무(無)나 마찬가지죠. 저기에 그냥 망치질 한다고 작품이 되는 게 아닙니다. 상이 저 돌속에 선명하게 잡힐 때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죠.돌에 윤곽이 움직이게 되죠. 그렇게 되려면 1년도 걸리고 3년도 걸리죠. 그렇게해서 구체적인 형상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보는 기쁨은 말로 할수 없죠.”

요령도 없고 처세도 없어 보이는 그는 영락 없는 작가다. 돌덩이처럼 우직하게 30도를 넘는 더위에 선풍기 한대없이 돌만 두드려 대는 장국보는 도인을 닮아 가는 듯 했다.

글: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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