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미학’ 영랑호 보광사 잔디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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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보광사에는 사찰의 통상적인 모습과 다른 부분이 있다.잔디밭이 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넓게 자리한 잔디밭은 하나의 광장을 형성하고 있다.절 마당의 절반 정도를 잔디가 채우고 있는데 이는 남다른 아우라를 내보이는 보광사의 특징이 되고 있다.

그 잔디밭의 끝과 끝에는 소나무와 배나무가 서 있다. 두 나무 모두 사람으로 치면 준수한 미남 미녀급이다.그렇게 놓고 보니 잔디밭은 그대로 무대 역할을 한다. 지난번 열린 ‘내 마음속의 풍경’ 프로그램에서 맨발로 춤을 추던 댄서의 아름다운 모습이 잔디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또한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옹기종기 모여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자 그림이었다.

해질 무렵 편안한 차림으로 살포시 들어와 잔디밭을 건너 대웅전을 한바퀴 돌다가 침묵만 남기고 돌아가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보광사 잔디밭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다가선다. 실제 보광사 경내는 하나의 멋진 정원 구성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야산과 소나무와 , 각종 꽃과 텃밭 그리고 연꽃이 만개한 용연정이 어우러진 모습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정원의 스탠다드인데 그 중심에 잔디밭이 부처님처럼 누워 있다.

정원에는 집 담장 안에 있는 방내정원과 담장 밖 방외정원이 있는데 보광사는 두가지가 혼합된 정원 같다.방외정원 모습은 밖으로 보이는 차경인데  삼성각 옆  타임캡슐이 들어설 자리에 서면  금강산 신선봉이 마음속의 정원으로  들어와 하나가 된다.붉게 물드는 그 산이 서방정토 아닐까.거기에 영랑호까지 서 있으니 이거야 말로 방외정원의 백미 아닐까.

어느 여름날 늦은 시간 대웅전에서 피아노 소리가 경내를 가득 채운 적이 있다.피아노 건반의 울림은 나무에 공명되면서 절마당을 휘 돌아 산책자의 발걸음 앞에 멈춰서는 듯했다.해는 이미 저 너머 금강산 신선종 뒤로 떠난 뒤였다. 평화와 안식이 푸른 잔디위에 점점이 박히는 그 순간 보광사는 과객의 뜨락이자 안식처가 된다.

누구에게나 열린  기도도량이자 보배로운 정원 보광사,개산 40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광장이 될 잔디도 누렇게 채색되어 간다. 모든 것이  작별 준비를 하는 이즈음 이종국의 철제 조각작품이  벗이 되어주는 보광사 잔디밭 정원은  한 시대를 준비하는 아고라이자 또 다른  고요와 한가로움을 맛볼 수 있는 적소가 아닐까.

글:김형자(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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