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통합돌봄 성공위해 ‘보건진료소’라는 실핏줄부터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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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는 소외된 지역 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령·시행규칙(안)’은 이 제도의 법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분명 진일보한 조치다. 그러나 정작 의료와 돌봄의 최전선인 농어촌 현장을 들여다보면 우려가 앞선다.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주체인 ‘보건진료소’가 설계의 중심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보건진료소는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의료 취약지역의 실핏줄 역할을 해왔다. 이곳은 단순한 진료 기관이 아니다. 홀몸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만성질환자의 약 복용을 챙기며, 위기 상황을 가장 먼저 감지해내는 ‘돌봄의 골든타임’ 사수처다.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예방과 연계, 지속 관리의 가치는 이미 보건진료소 공무원들의 일상 속에 녹아 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안)은 이러한 현장의 전문성과 역사성을 간과하고 있다. 통합돌봄의 운영 구조를 중앙정부와 행정기관 위주로 설계하면서 보건진료소를 능동적인 거점이 아닌 행정 체계의 말단 요소로 주변화시켰다. 지역의 주체성을 기반으로 주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통합돌봄의 본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돌봄 대상을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등으로 한정 지은 ‘행정 편의적’ 가이드라인도 문제다. 실제 지역사회에는 연령과 상관없이 질병, 장애, 사회적 고립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손을 내미는 곳은 행정복지센터의 서류 뭉치가 아니라 주민 곁을 지키는 보건진료소다. 현장을 배제한 채 ‘관리 가능한 숫자’에만 집중해서는 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비용과 시간을 들이기보다 이미 구축된 보건진료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말이다. 보건진료소에 실질적인 돌봄 연계 권한을 부여하고, 부족한 인력을 보강하며, 지자체 통합돌봄 협의체에 공식적인 의사결정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

이미 영국 등 선진국은 ‘외로움 담당 장관’을 두고 의료와 복지를 연결하는 ‘사회적 처방’을 통해 일상적 돌봄을 구현하고 있다. 자살률과 사회적 고립도가 OECD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우리 현실에서 주민과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보건진료소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자산의 낭비다.

통합돌봄은 행정의 영역이 아니라 삶의 문제다. 주민과 지자체, 지역 자원이 촘촘하게 엮이는 돌봄 생태계를 원한다면 그 출발점은 명확하다. 지역 보건진료소를 정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불러들이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통합돌봄의 진정한 성공이 시작될 것이다.  ( 이 칼럼은  간호협회 발행 간호사 신문에 전재된 내용이다)

글:김영남 회장 (전국 보건진료소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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