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오는 새벽 대웅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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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도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을 하셨습니다. 예수님도 산에 오르시어 밤샘기도를 하셨습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기도할 여유가 없습니다. 스스로 존재하시는 하느님께서 지으신 자연, 그 자연 안에서 신을 흔적을 찾는 것은 기도의 한 방편일 것입니다. 풀벌레 소리에서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이슬비 내리는 새벽 우산을 쓰고 대웅전으로 갑니다. 스님과 합장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회주스님께서 뜻밖의 제안을 하십니다. 대웅전 정문을 활짝 여시고, “우리 뒤돌아 앉아서 바라봅시다.”

이슬비 속을 뚫고 귀뚜라미 소리가 날아옵니다. 새벽어둠을 밝히는 호박등이 달처럼 떠 있습니다. 어둠 속을 바라봅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대웅전에 앉아서 비오는 새벽 풍경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입니다.

효봉 스님께서 행자를 데리고 저작거리 수행을 나가 길 양쪽에 마주보며 앉아서 명상수행을 했다는 일화처럼 대웅전에서 형님 스님과 아우 신부가 나란히 앉아서 비오는 풍경을 명상합니다. 명상의 행복이 이런 것일까요, 형님 스님 덕분에 아우 신부가 특별한 체험을 합니다. 자연은 우리의 위대한 스승이라는 것을….,

침묵기도가 말 기도보다 훨씬 깊은 일치를 선물합니다. 말로 하는 기도는 틀 안에 갇힌 기도이지만 자연을 바라보는 명상기도는 틀 밖의 열린 기도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침묵기도가 서로의 우정을 더 깊이 통교하게 합니다. 대웅전에서 형님 스님과 아우 신부가 비오는 새벽풍경을 바라보는 명상기도에서 서로의 우정과 사랑이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집니다.

글:최종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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