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구하는 두 글자 ‘관음(觀音)’…전쟁중에 새겨진 기도도량 영랑호반 보광사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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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영랑호반 보광사 대웅전 뒤, 야트막한 산에 모자의 형상을 한 바위가 보이고 그 너머로 특이한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둥지를 틀고 있다. 관음바위.먼저 위치상으로 명당자리다.속초서 이만한 장소 없다.산과 호수 바다를 두루 파노라만처럼 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대청봉을 비롯해서 울산바위 신선봉에 이어 운봉산도 봉긋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또한 영랑호가 발끝 아래 커다란 도화지처럼 펼쳐져 있고 그 시선이 우측으로 끝나는 지점에서 부터는 바다가 두둥실 떠 있다.소음 가득한 현세에 선경이 따로 없다.

관음바위를 좌측으로 난 샛길로 내려가면 넓적한 바위가 있다.거기서  거대한 바위면과 마주한다. 전체가 하나인듯 하나 바위들이 서로 의지하고 있는 듯한 형태다. 관음바위를 올려다보면 ‘관음(觀音)’이라는 커다랗게 각자 해 놓은  글씨가 보인다. 명료한 각자다.그 우측에는 ‘世卽娑婆救難大聖’ 좌측에는 이형근 題 최홍희 書 1952년 6월이라 한자로 적혀 있다.바위에 새긴 글은 힘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인다.

1952년이면 전쟁중이다. 6.25전쟁이 발발해서 1951년 10월1일 국군은 해방당시 38선 이북이었던 이 지역을 수복했다. 그리고 미군과 한국군이 속초에 주둔했다. 당시 1군단장이었던 이형근과 참모 최홍희가 지역을 관할하면서 새긴 것으로 추측된다.

전쟁중에 관음을 새긴 마음을 헤아려 본다. 전쟁의 고통, 사바세계의 고난을 듣는  관음, 그리고 간구하는 간절함의 표현 아닐까.최홍희가 불당골 보광사 기도도량의 영험함을 알고 기도를 드렸다고나 할까.아무튼 세월의 때가 묻어 나는 ‘관음’ 글씨와 바위는 현대사의 귀중한 흔적이자 기록이다.간구하는 바위 관음바위가 그렇게 된 것이다. 공산치하의 속초지역을 자유의 품으로 구출해 낸 관세음 소망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중심이  보광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원래 보광사는 불당골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오래 세월 기도처로서 소문난 곳이다.이런 연유로 전에는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깊은 산속도 아닌데 설악산과 영랑호 그리고 동해바다를 품고 있고 있는 형상이 예사롭지 않고 기운이 충만한 곳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뿐더러 풍수적으로도 길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그렇다.

참으로 역설적인 게 2019년 속초.고성 대형산불 발생 이전에는 이 바위의 존재가 비밀처럼 감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화재뒤 소나무가 불타면서 훤하게 드러나 바위의 존재가 드러났고 그 형상이 갖는 신비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편한 아파트에서 올라가도 좋고 보광사에서 직선거리로 올라가도 된다.몇십미터 밖에 안되는 야산이지만 참으로 장대한 위용을 품으면서 탁트인 호연지기를 만날 수 있는 최상의 자리라는 걸 현장에서 느낄수 있다.산불이후 어수선한 오솔길과 관음바위 주변도 정비해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좀더 편안하게 접근하도록 하면 좋을 듯하다.부처님의 가피가 충만한 전통사찰  보광사는 올해 개산 4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면서 열린 절집으로 나아가고 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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