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이재민의 이중고…집도 못짓고 임시주택 반환도 못하는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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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악투데이

“저희는 아이들 때문에 임시주택을 2채를 쓰고 있는데 집을 지을수 없는 형편이니 반환도 못하고 이걸 살 돈도 없습니다.”

강원도 고성군 인흥리 A씨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자체에서 산불 이재민들에게 제공한 임시주택을 회수하고 있는 중이지만 응할수 없는 처지다. “간신히 올 12월까지 연장을 해 놓았지만 그때까지 뾰죡한 수가 있을 것 같지 않아요.2채를 사려면 총 2,600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구상권 청구한다고 하지 정말 앞이 캄캄합니다.”

일부 이재민들은 재난지원금에 빚을 내서 주택을 신축하기도 했지만 A씨의 경우 아이들 학비에 병원비에 들어가는 돈이 많다 보니 생활비 충당도 급급한 형편이었다. 그래서 임시주택에서 한칸은 고등학생 딸아이가 한 채는 부부가 사용중이다.

이런 와중에 구상권 청구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강원도는 정부를 대신해서 한전을 상대로 하는 구상권 창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재민들에게 준 재난지원금 295억원을 한전에서 받아 내기 위한 소송이다.이렇게 되면 한전은 이 금액을 제외하고 이재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게 되고 실제 이재민들은 되레 받은 돈을 물어낼 판이다.

첩첩 산중이다.산불 후유증에 코로나로 닥친 어려움에 몸이 많이 망가진 A씨는 다음 주에도 병원 가야한다고 하소연한다.

고성산불지역에 요즘 많은 주택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이재민들은 입주한 상태다. 겉으로 보기에는 산불의 아픔이 봉합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실상은 산불의 고통이 치유는 커녕 더욱 수렁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A씨는 “산불 당시 국민들의 성금이 들어오고 해서 이재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그냥 주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렇게 구상권 청구할 줄 알았으면 안 받았을 것이다.”고 말한다.그 돈 안 받고도 어떻게든 버틸수 있었을텐데 받은 돈이 이제 빚처럼 갚아야 한다는 소식에 억장이 무너진다.

이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은 비단 A씨만이 겪는 상황이 아니다. 많은 이재민들이 산불 2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악몽을 어느것 하나 제대로 털지 못하고 있다.손해사정액 60퍼센트라는 보상 기준에 반발하는 이재민들은 소송을 진행중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A씨는 “이런 식이면 산불 이재민들에게 정부가 해준 게 뭐 있냐”고 반문한다. 결국 지원해준 돈을 그대로 반납해야 한다면 그 요란하던 이재민을 위한 구호나 지원이란 게 어디로 갔냐는 것이다.

산불 이재민들이 사용하다 반납한 컨테이너 임시주택은 군에서 공매처분하고 있지만 다 팔리지 않고 있다. 한동에 1300만원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지자체에서 이 문제를 좀더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A씨 같이 생활이 어려운 이재민들에게 무상임대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포함해서 산불 재난을 극복하도록 돕는 현실적인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재난 당시의 배려와 공감은 간데 없고 마치 빚 독촉하는 분위기만 남은 산불 이재민들의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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