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우리나라에 소방관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했었다. 영화 <타워>와 <반창꼬>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것이 없는 게 불조심이라고 하는데, 이런 불조심이 가득한 가운데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현장에 달려드는 119 소방관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특히 주인공 소방관이 홀로 현장에 남아 고군분투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장면이 실제 소방관의 근무환경도 영화 속 자극적인 장면과 흡사하다. 한 해 평균 5.4명의 소방관들이 화재나 구조 활동에 나섰다가 순직하고, 공무 중 다친 인원을 합하면 한 해 평균 약500여명이 크고 작은 안전사고를 당한다. 화마와 싸워가며 불을 진압하는 소방관들이지만 이들이 받는 처우는 굉장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 한 편집샵의 사회적기업 가운데 조금은 특별한 이념을 가진 기업의 제품을 찾아 볼 수 있다. 언제나 위험천만하고 얼마를 받더라도 부족할 소방관들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라이프스타일 액세서리 브랜드이다. 환경보호라는 기업의 이념과 가치 그리고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로 인해 리사이클링 매장보다는 전 세계 패션 매장에서 각광 받고 있는 브랜드이다.
산업 폐기물로 제품을 만드는 영국의 사회적기업 엘비스 앤 크레스(Elvis & Kresse)는 쓰레기로 버려지는 산업폐기물을 모아 벨트, 지갑, 가방 등 고급 액세서리를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 기업이다. 업-사이클링은 옷이나 가방을 만들거나 버려지는 폐자재를 활용한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여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제품을 본 고객들은 생선껍질이나 악어가죽을 이용해 만든 제품일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버려지는 소방호스를 활용해 만든 제품일 거라고는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설명을 듣고 재료를 알게 된 후에도 믿어지지 않는 다는 반응을 보인다.
런던 소방서에서 나온 폐기 소방 호스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면 다들 이게 뭐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처음에 제품을 주문하기에는 두려움이 있다. 제품은 엉망일거라고 생각할 수 있고 돈 낭비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제품 상자를 열어서 품질을 확인하자마다 가방 보관 주머니는 낙하산 천으로 만들었고 수익의 50%는 소방관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는 기업의 이념에 구매자들은 흔쾌히 그 소비에 만족한다.
이 편집샵은 어떤 기업이 무슨 이념을 가지고 만든 제품인지 알아보고 스토리가 있는 기업의 제품을 판매다. 사람들은 폐자재로 만든 제품의 선입견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환경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와 매립지로 버려져 우리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한다는 생각에 이 브랜드 제품을 더 사고 싶게 만들어 준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을 만큼 한국 소비자층도 확보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가치 소비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7-8년전 쯤 매우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엘비스 앤 크레스 비즈니스가 15-16세 아이들의 교육과정에서 소개되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에서 주문이 늘고 인기가 올라갔다. 이 사회적기업의 아이디어나 이념이 한국에서 생각하는 환경보호나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기여, 책임감있는 행동, 원하는 변화를 이끄는 행동 등에 대한 생각과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기업 이념의 3대 요소는 ‘구제하고, 변화시키고, 기부한다’이다. 이것이 엘비스 앤 크레스를 지탱하는 사회적기업의 이념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이란 어떤 의미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존재하는가이다. 사회적기업에게 왜 존재하는가의 대답은 영향력이다. 사회적·환경적 영향력일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엘비스 앤 크레스(Elvis & Kresse)가 생각하는 기업의 성장 기준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얼마나 많은 폐기물을 구제했는가?. 둘째는 얼마의 돈을 기부 할 수 있었나? 이 두 가지 기준이 가치 소비자 시대를 살고 있는 구매자들은 이 기업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응원하며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80키로 떨어진 라구나주 산페드로시 사우스빌에 헐벗고 굶주리며 열악한 환경과 싸우고있는 어린아이들이 있다. 산업 폐기물이 가득한 동네에서 교육과 의료는 생각할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한 자선단체인 굿월드는 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로 지역에 희망을 쌓아 가고있다.
이들을 위한 비즈니스는 무엇일까?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위한 미래가 있다면 이는 바로 사회적 비즈니스일 것이다. 이와 같은 기업들이 미래다.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착취하는 파괴적인 비즈니스는 미래가 없다. 그들의 시간은 끝났다.
글:지용승(우석대 교수/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