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 인물 타령 벗어나, 발굴하고 검증하고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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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출신의 독일 사회학자 헤르만 셰어는 ‘정치가들’이란 책에서 정치판에서 자주 사용되는 상투어인 ‘중도’ ,’혁신’ ,’대안이 없다’ 등 단골 어휘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인물이 없다.”라는 말도 그 중 하나라고 적고 있다. 셰어는 인물 타령론이 나오는 배경을 “능력 있는 정치인이 너무 적어 실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하려는 시각을 방해하는 매커니즘인지다. 정답은 둘 다 이다”라고 주장한다. 현실적인 설득력이 있는 지적인데 개인적으로 후자에 더 방점을 찍고 싶다.

실제 인물이 없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기상천외의 기술자를 찾는 것이 아닌 바에 정치인을 찾는데 인물이 없다는 주장은 항시 복선이 깔려 있을 수 있다. “시각을 방해하는 매커니즘”이다. 상대 진영을 흠집 내려는 의도도 있다. 사람은 출중한데 지역이나 출신이 안 맞아 그렇고, 특정인을 봐 주려고 하다 보니 그 방어용 레토릭으로 ‘사람이 없다’는 식으로 연막을 칠 수 도 있다.

지금 지도자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애당초 자기 힘으로만 그 자리까지 올라갔느냐는 반문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단 높은 지위에 오르면 자기 외의 인물이 없다는 망상에 빠져 사람 보는 안목이 왜곡될 수 있다. 그래서 훌륭한 지도자일수록 널리 인재를 구하는 정관정요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다.

기왕 독일 학자의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독일정치인 인물론을 말하자면 현재 메르켈 독일 총리만큼 “인물이 없다.”라는 주장에 적합한 반론의 인물이 없다. 메르켈 총리는 통일 이전까지 동독에서 학자생활만 했고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전공도 물리학이다. 그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연구소 동료 정도였다. 완전히 무명이었다. 통일과정에서 시민단체의 공보담당으로 일하다가 재능을 인정받아 통독과정의 동독 과도총리였던 ‘드 메지르’에게 발탁되어 대변인을 하고 이어 통일이후 콜 수상에게 발탁되어 국회의원과 장관을 1년 내에 차지하는 유례없는 정치적 수직 상승을 이뤘고 현재 3선 독일 총리로 사실상 유럽정치를 호령하는 자리에 서 있다. 메르켈 총리가 무명의 연구원이었을 때는 인물이 없다는 측에 속했을지 모르지만 제도권에 진입해서 능력을 인정받고 발탁을 통해 정치거목으로 성장했다. 메르켈 총리에게 “인물이 없다.”라는 주장이 성립할까? 통독 당시 메르켈과 감히 비교도 안 되게 수많던 화려한 경력의 동독 명망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최종승자는 무명의 메르켈이다.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연고주의와 지역주의 그리고 이념과 진영논리에만 갇혀 있고 금권거래가 비일비재한 정치풍토에서 기본적으로 인물을 찾는 범위가 아주 협소할 수밖에 없고 외눈박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기본적인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인물이 없다.”라는 폄하는 지극히 시각을 방해하는 접근법이고 언론 역시 조작에 동조하는 셈이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자면 독일 녹색당이 처음 의회에 진출해 젊은 의원들이 의사당에 출근하자 애숭이들이라고 조롱했지만 녹색당 의원 가운데 독일정치에 공을 남긴 의원도 많다. “인물이 없다.”라고 음모적인 발언을 확대 재생산할 게 아니라 발탁하고 역량을 관찰하고 기회를 주는 풍토 조성이 절실하죠. 지금 지도자급에 오른 분들이 전부 애초부터 인물감이어서 그 자리에 올랐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처럼 정실과 여러가지 연줄에 그리고 여러 가지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인사구조 시스템에서 “인물이 없다.”라는 주장은 참으로 옹색한 주장이다라고 본다.

정치철이 도래하니 다시 “인물이 없다.”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데 왜 거론된 인물들이 인물이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 현직 의원들은 다 인물감이어서 맨몸으로 공천 받고, 당선되었는가? 경력의 화려함만으로 인물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애초 그렇게 화려한 경력의 모범생이 훌륭한 정치인이 된 적은 드물다.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가는 자가 인물이다. 경력이 아무리 컨테이너 무게만큼 어마어마하다 하더라도 비전과 역량 그리고 의지가 결여 되었으면 감투 마담일 수밖에 없다.

선거제 정치는 대중적 지지가 필수니 유명 경력자를 찾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대나 역사의 물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경력만 화려하지 현실 정체세계에서 문지방도 못넘고 넘어진 사례를 숱하게 보고 있다. 고정관념식 인물론인 ‘인물이 없다’ 탓 보다 찾아서 기회를 주고 능력을 검증하고 키우는 게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지금 정치하는 모든 분들이 훌륭한지 되묻고 싶기도 하다.

글 : 라니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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