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고성군 아야진 항구 모습이다. 이 사진은 설산의 설악산을 배경으로 작은 배 한척이 입항하는 외견상 멋진 풍광을 보여주고 있다.자세히 보면 항구의 밝지 않은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하얀등대를 받치고 있는 테트라 포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멋진 뷰에 옥의 티다.항구 안전을 위해 겹겹이 공사를 했다. 요즘 어느 항구를 가도 이렇게 테트라포트 공사로 방파제를 구축해 놨고 지금도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구석이 있다. 문제는 거기까지다.
항구 안전을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퍼붇고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이상의 과잉 공사를 하지만 정착 고기잡이는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항구가 메말라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 겨울을 보내면서 더욱 혹독해졌다는 게 어민들의 증언이다.매년 반토막이 난다고 하소연한다. 고기가 안잡힌다. 하지만 고기잡이를 위해 정책적으로 뭘 하겠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거기다 TAC등 온갖 규제가 고기잡는 일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지역에서 자취를 감춘 명태는 아예 잡을수가 없도록 돼 있다.어종마다 금어기가 있어 설령 바다에서 잡아도 버리고 와야 한다. 사실 잡아 올리면 이미 죽은 상태인데 그걸 바다에 다시 던져 버려야 한다. 바다보고 사는 지역주민들도 생선 먹어보기 힘들어졌다.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항구의 토건공사 보다 힘써야 할 게 고기잡이다. 이러다 어촌은 그대로 소멸된다. 고기도 안 잡히고 고기잡을 어부도 없는데 성벽처럼 방파제만 허구헌 날 쌓아 올리면 뭘 하는가. 해수부가 아니라 해양건설부인가? 어촌 토건사업만으로 어민 소득증대나 어촌발전을 꾀할 수 없다.
고기잡는게 첫째다. 어획량이 풍성해야 콧노래가 들린다.사진의 목선이 잡아온 고기는 가지미 소량에 불과하다. 새벽부터 나가 조업해 봤자 기름값도 안 빠진다는 푸념이 엄살이 아니다.항구의 현실은 엄중하다. 해수부의 정책전환과 현실에 바탕을 둔 실행이 절박하다.항구는 테트라포트가 아닌 고기잡이에 목말라 있다.
윤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