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람을 부등켜 안고 한없이 울었습니다.늘 함께 하면서 제 부족한 시간을 메워준 집사람 공이 큽니다. 이렇게 기쁠수가 없습니다.”
이발 가위를 잠시 내려 놓고 고졸학력인정 검정고시 합격증을 보여주는 이상범씨는 상기된 표정이었다.속초시 영랑동에서 이상범 바버샵을 운영하는 이상범 이발사가 10일 발표된 강원도 시행 고졸 검정고시에 최종합격했다. 초등학교 졸업이후 56년만이다. 그는 이미 1년전 중학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1년만에 다시 대학을 갈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 것이다.“역사는 만점을 받았습니다.제가 사이클도 탔는데 체육에서는 2개 틀렸구요”
그는 이발소안에서 손님이 없는 틈틈이 공부를 했다.그것도 모자라서 저녁에는 학원에 가서 수학을 배웠다. 올해 나이 70세 만학도다.그는 평생 한을 풀었다고 말한다.“ 집안이 어려워 학교를 못갔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망은 식지 않아 뒤늦게 도전했습니다. 사실 이발사들이 과거에 먹고 살기 힘든 집에서 태어나 다들 학교를 못갔지요.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이발사도 배워야 한다는 소신에서 시작했고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쁩니다.”
춘천에서 속초로 와서 이발소를 운영한지도 반세기가 넘는다.외길 인생이다. 그는 ‘이발의 달인’이라고 할 정도로 이발기술과 이용업의 현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면서 가르쳐 왔다.항상 업계의 모범을 보이고자 하는 노력이 그의 이발소내 구석구석에서 확인된다.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강원도이용사 협회장직을 맡고 있다. “ 제가 이렇게 나서는 것은 이용업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때문이죠. 보세요 다들 미장원가서 머리깎는데 그냥 그대로 있으면 손님이 오겠습니까?”
아들과 며느리도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보기드문 이발가족이다. 그는 말한다.“ 아들이 이미용 관련 대학교수인데 이번에 좀 덕을 볼 듯합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장기간 실전 경험으로 무장한 그의 대입검정고시 합격소식이 전해지자 전액 장학금으로 모시려는 대학들로 나오고 있다. 그래서 고민중이다. 이발업도 하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니 학교거리도 중요하다.그래서 아들이 재직중인 대학에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
이상범씨는 소문난 학구파다.영어 중국어 일본어도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틈만 나면 지금도 이발소 한켠에서 영어 단어와 문장을 외우면서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설악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