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 편집위원의 세상비평 ♦
2024년 당초예산에서 속초시의회는 ‘설악권 4개 시군의회 친선체육대회’ 비용으로 15,000,000원을 책정했다. 이것도 상당히 많은 예산인데, 의회는 지난 6월에 추경을 편성해 6,000,000원 추가해 총액을 21,000,000 원으로 변경했다. 4개 시군의회 의원과 직원 수는 다 해야 104명이다. 행사비가 1인당 202,000원이다. 말 그대로 황제 체육대회다. 너무 지나치다.
의원들의 첫 번째 의무는 예산을 잘 관리하는 일로, 절약하고 적재적소에 배분해 씀씀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초호화 체육행사는 의원의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시민에 대한 배신이다. 시민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지금이라도 행사 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시민을 무시하는 의원들의 도발적 행태는 그것만이 아니다. 시의회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이유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시민에 대한 책임 의식이 전혀 없는 태도이다. 선거직인 의원이 시민들 능멸하는 짓이다.
시민들은 ‘장사하기 힘들다. 경기가 안좋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매일 매일이 고달프다. 이를 증명하듯, 속초시 가구당 월평균 소득 ‘300만 원 미만’인 가구가 37.8 %로, 이들은 1인당 소득이 100만 원도 안되는 절대 빈곤 가구다. 속초를 이 지경의 빈곤 도시로 만든 사람들이 시장과 시의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시장과 시의원들은 이런 처참한 ‘2023 속초시 사회조사 보고서’를 받았으면, 반성문도 쓰고 대책을 마련하는 부산을 떨어야 정상인데, 아무도 이 보고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참담한 느낌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1등석 기내식이 150,000원 안팎이라는데, 의원 체육 행사비는 이보다 더 높다. 시민 최모씨는 “나도 회사를 운영해 봤지만 너무 심하다. 무슨 행사를 어떻게 하길래, 저녁 소고기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그런다면 150,000원 정도 쓰겠지만, 도대체 시민들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하는 짓을 보면 의원이 상전이고 시민이 노예가 된 것 같다. 자꾸 2선, 3선 뽑아주니 그러는 거 아니겠나. 잘못하면 채찍으로 때리고, 낙선시켜야 하는데 같은 당이라고 계속 찍으니 무서울 게 없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2023년도 속초시 사회조사 보고서’을 보면 시민 58.8%가 일자리 부족을 지적했다. 일자리는 빈곤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이것은 속초의 상가 경제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시장과 시의원 누구도 기업을 유치하거나 일자리 창출하는 일에 관심도 두지 않는다. 기껏 한다는 짓이 호텔이나 아파트(변종 업소화 됨)을 유치해 시민들이 소유하는 소자본 모텔, 여관을 죽이는 일이 마치 지역 발전인 양 떠들고, 이를 맞장구치는 한심한 짓을 반복하고 있다.
천원짜리 물건도 한 번 써보고 별 가치가 없으면 다신 안산다, 그런데 왜 정치인은 계속 쓰고 우상화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민들이 노예근성을 버리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 (편집위원 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