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승은 최근 전남 진도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작품을 한점 출품했다.그가 남도 끝자락인 진도까지 나들이 가는데는 이유가 있다.진도가 그의 고향이다.먼 객지인 속초에 정착해서 살면서 그는 진도바다와 들녘을 늘 품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 갈피에는 진도의 추억 풍경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그리움 때문이다.그래서 고향에서 출향 작가들을 모시는 기회에 주저 않고 작품을 보냈다.
말수가 적은 조정승의 그림은 놀라울 정도로 스캐일이 있다.그가 그린 울산바위에는 치밀함과 방대한 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울산바위 후면을 묘사하기 위해 그 뒤산인 황철봉을 수없이 등산하면서 스캐치했다.많은화가들이 울산바위를 그렸지만 뒷면을 그린 화가는 조정승이 처음이다.울산바위 앞과 뒤를 통째로 감상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한번 그리기 시작하면 수도승처럼 집중하는 결과물이다.
이번에는 절집을 그렸다. 전시회용이 아니라서 더 의미가 깊다. 올 11월 보광사 개산 400주년 타임캡슐에 들어갈 작품이다.속초 영랑호 보광사 4계를 수미터의 화폭에 담았다. 이를 위해 8개월여 보광사와 화실을 오가면서 관찰하고 묘사하고 다시 보고를 반복했다. 홀로 절집을 거닐면서 영감을 구하면서 본연의 모습에 불심이 흐르게 했다. 보광사 칠석문화제에 첫선을 보이자 시민들은 열광했다.100년뒤 개봉될 예정이니 후세인들은 조정승의 대작에 다시 한번 놀랄 것이다.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 한국화작업이어서 그런지 그는 유난히 땅에도 관심과 애정이 크다. 그가 앱에서 보여주는 국토정보 지리와 설명을 들으면 풍수와 지리에도 능통하다는 걸 알아챈다. 땅을 살피면서 거기에서 얻은 통찰을 붓끝에 옮기는 그의 작업은 무르익어가고 있다.
조정승은 “타관 속초에서 감동한 점은 자연의 위대함이다.참으로 놀라운 소재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 전남 진도는 한국화 전통이 깊은 고장이고 대가들의 혼이 흐르는 곳이다. 그런 기를 받아서인지 그의 한국화에는 속깊은 한국의 정서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그의 다음 대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