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속초간 KTX 노선과 강릉-제진 간 동해북부선 건설 등,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지역 토목공사’로 불리는 대형 철도공사 현장에서 기름(경유) 공급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수백억 원 규모의 연간 유류 공급 물량이 특정 외지업체에 사실상 독점되고, 지역업체들은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공정거래질서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두 노선의 공사는 총 8개 공구로 나뉘어 진행 중이며, 현장에 공급되는 연간 경유 물량만 약 200억 원대로 추정된다. 통상 1개 공구당 배달용 경유 공급업체는 4-5군데.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전체 물량의 8-90%가 특정 외부업체가 거의 독식하고 있고 지역에서는 전 공구에서 서너개 주유소만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지역 주유업체 대표 A씨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인데, 지역 업체는 실질적으로 배제됐다”며 “실질적으로는 불공정 거래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주유소만 임대해 사업자 등록… 형식만 지역업체”
문제의 구조는 이렇다. 공사가 시작되자 외지업체들이 지역 주유소를 임대하거나 인수한 뒤, 지역 사업자로 가장해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한 외지 모기업은 2023년 속초 시내의 한 주유소를 인수해 속초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이를 통해 지역 업체 자격을 확보한 뒤, 건설사 및 철도 공사 발주처와의 전관예우, 그리고 원가 이하의 초저가 입찰 방식으로 기름 공급을 ‘싹스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에선 이를 ‘무차별적인 덤핑’이라 비판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다 보니, 실질적인 공급권은 외지 대형 업체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또 다른 주유소 운영자 B씨는 “철도 공사 수요를 대비해 저장시설 등에만 10억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외부업체의 가격 공세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지역 업체로선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호소했다.
지역업체 보호 장치 마련 ‘시급’
이처럼 특정 외지업체의 ‘지역 가장’을 통한 입찰 독점 현상은 공정거래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이자, 지역경제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입찰 참여 자격을 ▲최소 3년 이상 지역 내 영업 이력 보유 업체로 한정하는 등 지자체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역 경제 전문가들은 “대형 공공사업에서조차 지역 업체가 철저히 배제되는 구조는 단기 이익을 넘어선 장기적인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입찰 기준 강화는 물론, 공정위 등 중앙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제재 조치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공공사업의 혜택이 ‘떳다방’외부업체의 이익으로 전가되고, 정작 지역 경제에는 기름 한 방울 스며들지 않는 ‘기형적 구조’는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