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접경지역에 포함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4월 총선 후보자 공약에도 제시되고 있다. 속초는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접경지역’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속초에서 금강산까지 60여킬로미터에 불과하다. 휴전선과 인접한 고성군과 이웃하고 있다. 6.25 전쟁 피난민들이 대거 속초에 밀려와 속초발전의 등뼈 역할을 한 것도 살아 있는 역사다.
청호동 아바이 마을, 수복탑 동명동 성당등은 속초가 전쟁의 고난과 역경속에 우뚝 솟은 도시임을 상징하는 장소들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하면 이런 역사적 유산을 얼마나 계승 유지했는가의 질문앞에 서면 뭔지 어색해 지는 면이 없지 않다.
수복탑을 보자. 탑의 모양과 내력 모두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속초의 랜드마크나 다름 없다.속초시 문화관광해설사들은 수복탑이야 말로 가장 소구력 강한 속초 정체성 상징이고 1시간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장소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수복탑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의 현실은 그런 기대감과 거리가 멀다. 보완을 해놨다 하지만 난개발에 포위된 수복탑을 바라보는 인식과 관리가 아쉽기만 하다.
아바이마을 청호동은 원형이 다 망가졌다.피난민들이 내려와 집단적으로 마을을 형성한 유례가 드문 마을인데 상업적 냄새만 가득해 졌다.6.25전쟁 난리통에 영금정 돌을깨다가 지은 동명동 성당은 근대건축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 앞에 고층 아파트 짓는다는 계획이 어떻게 된지 모르겠다.실향민 축제가 열리지만 내실과 의미 지향에서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말 좋은 소재를 다 묵히고 버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접경지 속초 유산에 대한 속초시가 취한 태도는 실망 그 자체다.
이런 속초시가 접경지역을 꺼낼 자격이 있는가? 속초시는 접경지역 유산에 대해 성찰을 먼저 해야 할 듯 싶다. 그같은 인식과 가치가 바탕에 깔리지 않고 그냥 접경지역이 되면 혜택을 본다는 식의 행정편의적 발상 정도로는 진정 접경지역에 편입될 자격이 없다. 간과하고 방치하고 깡그리 무시하다가 보조금이라도 타 먹을 요량으로 포럼 열고 이벤트 하면서 마치 분단과 통일,접경지역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양 호들갑을 떠는 건 어불성설이고 모양새 별로다.일각에서는 차제에 접경지역의 범위를 38선을 중심으로 수복지구 모두 폭 넓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글:박도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