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보다 사람을 남긴 새마을…속초 북부권이 배워야 할 ‘새마을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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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새마을에 가보면 요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층 건물이 아니다.

화려한 생활형숙박시설도 없고, 대규모 상업시설도 없다. 1968년 해일 이후 조성된 단층 주택들이 여전히 골목을 이루고 있다. 겉으로 보면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골목마다 사람들이 모인다. 커피숍과 우동집, 밥집, 소품가게가 하나둘 들어서더니 이제는 100여 개 가까운 가게들이 마을 곳곳에 자리 잡았다. 관광객들은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고, 작은 가게에 들러 식사하고 커피를 마신다. 새마을은 어느새 속초해변의 감성을 품은 대표적인 골목마을이자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 의미 있는 점은 이 같은 변화가 재개발이 아니라 ‘원형 보존’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속초해수욕장이 전국적인 관광지로 성장하면서 새마을 역시 여러 차례 재개발 대상에 올랐다. 입지로만 보면 고층 아파트와 숙박시설이 들어섰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마을을 허물기보다 지키기로 했다. 오래된 골목과 집,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낡은 동네는 오히려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 됐고, 청년 창업과 소규모 상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관광객들은 획일적인 건물보다 사람 냄새 나는 골목을 선택했고, 새마을은 속초를 대표하는 감성마을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토박이 주민인 이정숙 씨를 비롯한 주민들의 역할도 컸다. 주민들은 도시재생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마을의 방향을 함께 고민했고, ‘삼삼오오’ 주민모임을 중심으로 도시재생기금을 활용해 골목을 정비하고 공동체를 살려냈다.왕만두 찐빵가게를 운영중인 이정숙씨는 “업체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재개발을 유도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주민들의 애환이 묻어있는 새마을의 원형을 지키면서  오손도손  사는 방식을 택했고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마을의 성공은 단순히 관광객이 늘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원주민이 떠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개발은 흔히 지역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처럼 이야기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존 주민들이 터전을 잃고 외부 자본이 들어오며, 지역에는 숙박시설과 상업시설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연 그것이 지역을 위한 개발인가.

지역의 부(富)는 건물 높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새마을은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주민은 그대로 살고, 외부인은 찾아오고, 골목은 살아나며, 지역경제가 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역부의 모델이 아닐까.

최근 속초에서는 북부권 개발 논의가 활발하다.고도제한 해제와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개발의 방향은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북부권의 미래가 또 하나의 고층 건물 단지가 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새마을은 중요한 답을 던진다.

지역의 역사와 경관을 살리고, 원주민이 계속 살아갈 수 있으며, 소규모 상권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도시재생 모델이 오히려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새마을은 단순한 동네가 아니다.속초가 앞으로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이제 북부권도 ‘얼마나 높이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속초의 미래는 초고층 스카이라인보다 골목의 온기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그리고 그 해답은 이미 속초 새마을이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설악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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