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석호 영랑호 클래스가 다른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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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를 한바퀴 걸었다. 구간 구간을 토막내서 짧은 시간 걷다가 온전하게 모처럼 한바퀴 도니 몸도 마음도 개운하다.영랑호와 호수가 품고 있는 자연의 기운이 가득 들어온 기분이다. 많은 시민들이 걷고,자전거 타고,뛰고, 쉬면서 연출하는 아름다운 풍경도 보았다.여유 넘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왜 영랑호인가? 요즘 영랑호 개발을 둘러 싼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특히 환경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합세해 영랑호 개발 반대에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범바위 근처서 만난 속초고 학생들 5명이 광복절 휴일을 맞아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이들 학생들에게도 우리가 그랬듯이 영랑호는 늘 곁에서 함께 숨쉬는 육신과 영혼같은 공간이다.잘 간수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영랑호는 뛰어난 풍광을 품고 있다. 영랑호 위치는 마치 신이 설계도를 내려준 듯 범상치 않다. 호수에서 울산바위와 달마봉, 대청봉과 신선봉을 다 아우르는 풍광을 함께 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다. 자연의 섭리 아니면 이런 모양새가 나오기 어렵다. 탁트인 영랑호에서 영랑호만이 품을 수 있는 비경을 마주할 때 영랑호는 빛나는 것이다.축복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두 번째, 영랑호는 숱한 스토리를 품고 있다. 작가 정토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도 영랑호 개발에 손대지 않았다. 그만큼 영험한 석호라는 것을 그네들도 헤아리고 있었다.악질적인 통치상황에서도 일말의 양식은 있었던 모양이다.거기다가 영랑전설은 영랑호반을 문화와 역사의 무대로 격상시키고 있다. 이점은 동해안 지역의 다른 석호와도 차별되는 점이다. 그냥 석호가 아니다. 콘텐츠가 흐르는 석호인데 그 대목을 잘 활용하면 영랑호는 무궁무진한 스토리의 광장이 될수 있는 것이다. 어설픈 설치물에 비교할 일이 아니다.

범바위의 설화는 또 어떤가.영랑호 호수변에 있는 크고 작은 돌에도 다 스토리가 흐르고 있다.영랑호는 살아 숨쉬는 호수다.오랜시간 영랑호와 함께 한 시민들 개개의 추억은 말할 것도 없다.

세 번째는 한 도시가 2개의 석호를 품고 있는 도시 거의 없다.아주 특이한 경우다. 청초호는 이미 많이 망가졌다.남은 영랑호라도 지킬 때 ‘속초는 선물’ 미학의 기둥이 유지된다. 이곳마저 콘크리트와 말뚝을 박는다면 속초가 내세우는 청정자연과 천혜라는 수식어는 의미를 상실한다. 영랑호를 찾는 새들과 많은 식물들도 본향을 잃는다.걸어보니 지금 상태로도 충분하다.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다양하게 호반을 이용하고 있다.군더더기 설치물이 더 필요치 않다는 반응이다.

휴일에 차량을 통제해서 더욱 시민들이 땀을 흘리고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오히려 필요할 듯 하다.이곳은 라스트 마일(last mile)의 성지로 만들어 종종 전국의 바이크 족들이 집합하게 하는 것도 활력을 보강하는 일일 것이다.그런 관광상품이  시대흐름에도  적합한 것 아닌가.

영랑호는 그 자체가 문화고 콘텐츠다.상급의 상품이다.클래스가 다르다.특별히 뭘 덧대거나 치장하지 않아도 빛나고 훌륭하다.어설프게 손대기에는 아우라가 크고 광활하다.감히 손을 대기가 어렵다는 의미다.영랑호에서만 개발 강박증을 좀 벗어 버릴 필요가 있다.영랑호를 가로 지르는 이상한 설치물 대신 호반이 좀더 문화적이고 시민공감적으로 보강되는 일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니 한바퀴 도는데 2시간 좀 넘게 걸렸다. 몸은 다 졌었지만 개운하고 상큼하다. 영랑호가 우리에게 주는 무형의 가치가 이런 것이다. 그냥 탁트인 호수를 어디서 봐도 좋다.마무리 하는 지점에 다가와 장사동 다리에 서니 속중다닐 때,그 당시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영랑호를 보던 그 시절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호수 모양도 좋고,품도 좋고, 길도 좋고, 다 좋다. 그게 영랑호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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