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위원 김호의 세상비평
2023년도 속초시 결산서가 공개됐다. 특별회계는 논외로 하고, 일반회계만 예산액이 5,465억 원이다. 상당한 금액이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시장 임기가 4년이니, 한 번 당선되면 2조 1천 8백 60억 원에 대해 전권을 행사한다. 시장 직위는 이 예산권 하나만 놓고 봐도 엄청나다.
이병선 속초시장 팀은 그 예산 중 4,661억 원만 지출하고, 다음연도 이월액과 보조금 반납액을 포함해 무려 804억 원을 남겼다. 명시 및 사고 이월은 사업관리 능력이 부족해 돈을 미처 쓰지 못한 것이다. 무능해서 이월액이 많아지면, 그 다음연도 예산 편성에서 그 액수만큼 불리해지는 건 자명하다. 이월액이 ‘예산현액’으로 포함되어 계상되기 때문이다. 신규사업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돼 시민이 불이익을 받게 되니, 시장이 목숨걸고 불용 반납이 안 나오게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미집행 잔액 중 특이한 점은 국가에서 준 보조금을 94억 원이나 반납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게 ‘사회복지’ 반납액 22억 원이다. 복지 지원이 절실한 서민들에게 돌아갈 기초생활보장 지원금 5억 6천만 원, 취약계층지원 2억 4천만 원, 보육․가족 및 여성 7억 원, 노인 및 청소년 5억 1천만 원이나 안 쓰고 반납했다. 정말 황당한 일이다. 반면, 시장 등이 술값, 밥값 등으로 쓰는 업무추진비는 남기지 않고 알뜰하게 5억 7천만 원이나 썼다. 8,000원짜리 ‘칼국수’가 71,250그릇, 시민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경이롭다. 회의는 시청 회의실에 하자. 식당이 아니고.
어떻게 하다 804억이나 남겼을까? 속초시에 대한 비젼이 없으니 창의적인 사업구상이 될 리 없고, 과거를 답습하니 새롭게 늘어나는 예산을 쓸 사용처를 못 찾고, 이해 부족으로 중앙 부처 사업을 속초시에 구현하지 못하니 못 쓰고 남기게 되는 것이다.
또 국가에서 보조금을 줘도 못 쓰고 반납하면, 그다음 연도에 국가 보조사업 예산이 그만큼 줄어 는 결과를 초래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사업 능력이 있는 지자체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게 당연지사, 결국 속초시민들만 힘들어진다.
예산은 인체에서 피와 같다. 잘 순환되지 않으면 사람이 죽듯, 예산도 시민의 삶 속에 효율적으로 스며들지 못하면, 속초라는 공동체가 서서히 고사 된다.
(편집위원 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