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 한 바퀴 돌면 박물관 무료”…속초도 ‘코펜페이’ 도입해 볼까

0
62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해변의 쓰레기를 주우면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고 커피와 식사, 박물관 입장권을 제공한다.”

처음 들으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이미 현실이 된 관광정책이다.

코펜하겐관광청(VisitCopenhagen)이 시작한 ‘코펜페이(CopenPay)’는 관광객에게 환경을 위한 ‘착한 행동’을 하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보상형 관광 프로그램이다. 2024년 여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뒤 큰 호응을 얻어 2025년 다시 운영됐고, 올해는 연중 프로그램으로 확대되면서 코펜하겐과 인근 지역 90여 개 관광시설이 참여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해변 쓰레기를 줍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등 도시를 위한 작은 실천을 하면 무료 자전거 대여와 채식 식사, 커피, 문화시설 이용권, 각종 체험 프로그램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관광객에게 환경보호를 강요하거나 규제하는 대신, 즐거운 경험과 보상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점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이 같은 사례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고민하는 속초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속초는 설악산과 동해, 영랑호, 청초호를 품은 천혜의 관광도시지만, 관광객 증가와 함께 해양쓰레기와 생활폐기물, 무분별한 차량 이용, 자연 훼손 등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환경을 지키자는 캠페인은 많지만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만약 속초가 코펜하겐의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다양한 ‘속초형 코펜페이’를 구상할 수 있다.

영랑호 둘레길을 한 바퀴 완주하면 속초시립박물관 무료 입장권을 제공하거나, 해변과 항·포구에서 해양쓰레기 한 봉투를 수거해 오면 갯배 이용권이나 카약·패들보드 체험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 KTX나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객에게 관광지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플로깅(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참가자에게 지역 카페 할인권이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보상의 크기가 아니다. 관광객들이 “내가 속초의 자연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는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관광객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자연은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보전해야 할 자산이라는 메시지를 관광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속초는 기후변화로 해양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해양쓰레기 문제와 해변 관리, 생태계 보전은 더 이상 행정기관만의 과제가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풀어야 할 공동의 숙제가 되고 있다.

코펜하겐의 코펜페이는 거창한 시설 투자보다 시민과 관광객의 작은 실천을 도시의 가치로 연결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관광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도시를 함께 가꾸는 참여자’로 바라본 발상의 전환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속초 역시 이제는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자연을 지키는 관광객을 늘리는 정책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영랑호 한 바퀴 돌면 박물관 무료’, ‘해양쓰레기 한 봉투 주우면 갯배 체험 제공’과 같은 작은 아이디어가 관광객의 행동을 바꾸고, 도시의 자연을 지키는 새로운 문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후위기 시대 관광도시는 더 이상 아름다운 자연만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관광객이 자연을 함께 지키는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관광도시가 완성된다. 코펜하겐의 코펜페이는 속초가 충분히 참고해 볼 만한 미래형 관광정책이자, 자연 보전과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벤치마킹 사례로 평가된다.

류인선기자

댓글 작성하기!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