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영랑호 시민대토론회 과정에서 ‘이병선 시장은 업체 대변인’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이 민간업체의 제안서를 자체 검토 없이 그대로 발표하는 태도를 빗대서 표현한 것이다. 이 시장은 지난 1월 시민보고회에서 의회나 시민의견 수렴 절차 없이 영랑호 관광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 독단행정이라는 비판이 있고 그로 인해 개발 반대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속초시는 2018년 자체개발을 추진한다며 용역까지 준 적이 있는데 느닷없이 민간업체 제안에 앞장서는 모양새로 빈축을 사고 있다. 토론회에 나온 시민 A씨는 “부동산 업체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꼴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사실 영랑호는 호수 주변 부지가 오래전 민간인 소유로 넘어갔다. 동해안 지역 많은 석호중 이렇게 많은 토지가 사유화된 곳이 없는 특이한 사례다. 1996년 한일그룹이 리조트를 짓고 운영하다가 2006년 동양그룹에 넘어갔고 2012년 신세계 그룹이 매입해 운영하기 시작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과거 영랑호 주변부지 매각과정의 경위는 차치하고 정원과 공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최근 흐름에서 속초시는 뭐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민간인 소유 부지를 공공개발 형식으로 넘겨받아 천혜자원 영랑호를 진정한 시민의 품으로 돌려 놓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지방정원이나 국가정원이라는 큰 그림을 통해서 영랑호의 흑역사를 지우고 진정한 시민의 영랑호를 바로세우는 작업을 하지 못한 무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이나, 주문진 향호 국가정원 추진처럼 속초시도 그렇게 나가는 게 영랑호 정상화의 해법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주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는 사이 신세계센트럴의 자사이익 극대화 부동산개발사업을 관광단지 조성이라고 포장해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져 시민들과 갈등까지 초래하게 되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영랑호가 완전 민간기업에 사유화 된다는 우려가 크다. 전직 공무원 B씨는 “시민을 생각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없는 속초시의 봉 노릇에 기가 찰 따름이다. 영랑호 부지를 되찾아 와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아주 신세계측에 한상 올리는 것 같다. 이걸 속초시 발전이라고 포장하는 그 태도가 놀라울 뿐이다.”고 지적했다. 시민C씨는 “장기적인 시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을 팽개치고 업체와 결탁이라는 특정세력 이익에 급급한 속초시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설악투데이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