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중학교가 조양동으로 또 이전한다고 한다.쓰레기 소각장 근처라 악취등 우려의 소리가 신경쓰인다.
속초중은 떳다방 신세라는 자조섞인 표현이 있다. 툭하면 이전하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학교는 자리하고 있는 위치가 역사인데 왜 이리도 자주 옮기는지 시민사회가 성찰할 일이다. 속초중 이전과 관련해 이수영씨가 얼마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니 어처구니를 넘어 한숨만 나온다.
속초중학교는 원래 교동 대로변에 있었다. 속초 어느 방향에서도 접근성이 용이한 정말 좋은 곳에 자리했다.지금 관점으로 봐도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위치다.그런데 이게 1986년 느닷없이 학교이전이라는 유령에 휩싸이게 된다.
이수영씨가 『속초, 그때 그곳이 지금은』(최재도·이수영 공저) 제20화 「속초중학교 터」 내용을 인용한 부분은 이렇다.
“1986년 속초중학교는 큰 시련을 맞는다. 느닷없이 학교터를 옮겨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당시 속초의 주요 인사 중 몇몇은 속초고등학교 건물이 낡아 새로 지어야 하나 비용 확보가 어렵다며 속초중학교 땅을 팔아 그 재원을 마련하자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강원도교육위원회에 이를 제안했고 1988년 2월 속초중학교 땅은 평당 50여만원, 모두 27억여원에 토지개발공사에 팔린다. 그 재원이 영랑호변 속초고등학교 신축에 사용되었다. 속초고등학교는 새 건물로 이전할 수 있었으나 정작 속초중학교는 속초고등학교가 쓰던 낡은 건물에 입주해야 하는 수모를 겪는다.”
이게 말이 되는가.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고 이게 그대로 수용되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속초고는 중요하고 속초중을 어둠의 자식 취급하고 안중에도 없는 물건 취급하는 작태에 분노가 치민다. 고등학교를 새로 지으면 될일을 속초시의 수준이 그 정도 였는가?
인용은 이어진다. “당시 속초중학교 교장으로 재임하던 원로인사는 그 상황을 상기할 때마다 분노가 치솟는다고 토로한다. 각기 책상과 걸상을 들고 새 학교를 찾아갔으나 낡고 더러우며 비까지 새고 있으니 학생들이 얼마나 실망했겠으며 교장인 자신은 얼마나 면목이 없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속초고등학교 학생들만 속초의 아들이고 속초중학교 학생들은 주워온 자식이냐며 항변했지만, 서슬 퍼런 권력이 개입한 일이라 어찌할 수 없었다 한다. 지금도 그는 속초중학교 이전을 추진한 이들이야말로 속초교육을 황폐화한 원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헐값에 떠넘긴 토지개발 공사에 땅을 뒤늦게 다시 매입하려 하였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속초중의 흑역사는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발상으로 시작돼 오늘에 이르렀고 다시 조양동으로 이전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40여년전 속초중 이전이라는 해괴한 발상으로 지역명문 속초중학교를 짓뭉갠 인사들을 역사의 이름으로 고발해야 한다. 오늘도 무지와 일신의 영달이라는 외눈박이로 속초시를 망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지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펴볼 일이다.아 부끄럽고 슬프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