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위원 김호 세상비평 ✍✍✍
공정은 조직을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다. 그러나, 속초시설관리공단에서 벌어진 특혜 채용 의혹은 이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지금 속초시민들은 21세기가 아니라, 고려 시대 ‘음서제’가 부활한 듯한 착각에 빠져 있다. 경천동지할 일이다.
이번 사태는 현직 본부장 직무대행의 아들 A씨가 중심에 있다. A씨는 2023년 공단 일반직 채용 시험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24년, 시험 과목이 바뀐 채 진행된 채용에서는 합격했다. 영어가 필수였던 기존 시험과 달리, 이번에는 갑자기 영어를 빼고 행정법을 넣었고, A씨는 이 시험을 통과해 현재 근무 중이다. 이런 우연을 과연 누가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험제도는 갑자기 바꾸는 게 아니다. 최소 1, 2년 전에 예고해야 한다. 급박하게 변경하면 불가피하게 특정 소수가 혜택을 받는 결과가 생긴다. 이러면 채용 시험이라고 볼 수 없다. 최소한 변경된 과목에 맞춰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만약, 공단이 시험 10여 일 전에 과목변경을 공지했다면 이건 부정행위다.
‘시험은 공정하다’라는 대명제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끝장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고려와 조선 시대, 나라에 공을 세운 신하나 지위가 높은 관리의 자손을 시험 없이 관리로 채용하던 제도’인 음서제, 실력보다 가문이 우선이던 시대, 국가는 스스로를 갉아먹었고, 결국 망국으로 결론이 났다.
복마전 같은 공단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 시장 발언은 시민들을 절망하게 만든다. 시민 세금 200억이나 지원하는 공단에 대해 이 시장은 감독권을 행사해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 이 시장은 시민들의 우려에 답을 내놔야 한다. 이 시장의 현실 인식은 정말 한심할 정도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시험 과목 변경 의혹이 다가 아니다. 공단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김태균 이사장에 대한 갑질 폭언을 얘기한다. 김 이사장은 그냥 ‘지적’을 했을 뿐이란다. 그러나, 지적질을 당한 직원들은 ‘학대, 따돌림’으로 달리 받아들인다. 이걸 보니 대한항공 ‘땅콩 사건’이 생각난다. 그때도 땅콩 주인은 지적했다고 했다.
대명천지에 그것도 공공기관에서 ‘학대’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직장 내 따돌림이나 학대는 근로기준법에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인권 침해다. 이 시장은 사실관계를 조사해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 시장이 분발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행복해진다. 채용 특혜 비리 의혹이나 직장 내 따돌림, 학대 문제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건 정말 큰 일이다.
이 모든 부패 문제는 결국 시민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냐에 달려있다. 시민들이 따끔하게 때리면, 결국 이 시장도 움찔하게 되어 있다.
모든 문제는 시민이 결정한다. 이병선 시장이 아니다.
(편집위원 김 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