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가 추진하는 영랑호 황톳길 조성 현장, 나무들이 대거 잘려나간 숲은 운동장 처럼 훤해 졌다. 건너편 꼬모 카페 앞에서 봐도 울창하던 멋진 숲은 간데 없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인다.원래 이 지점은 영랑호 가운데 독특한 지형을 하고 있는 내밀한 정원 같은 곳이다.
멀쩡한 나무 다 잘라내고 새로 심기도 했다. 시민 조모씨는 “돈이 남아도는가 보다. 새로 심으려면 뭐하러 베어냐나 쓸데 없는짓 한다. 저러니 예산 부풀리기 하는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사실 이곳은 나름 산책길이 나 있었다. 그걸 다듬어서 활용해도 맨발걷기 코스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속초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불필요한 길을 만들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지적이다.속초시 탄소중립 정책에도 배치되는 일이다. 행정의 목표를 정해 놓고도 실행은 다르게 하는 시민 기만 ‘따로 국밥’ 정책이다.시 정책에 신뢰가 갈 수 없다. 말로만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발표하고 뒤로는 여전히 토건정책에 치중하는 모양새다.이래 갖고 누가 시 정책을 믿겠는가?
이곳에 조성되는 맨발걷기 코스는 420미터, 걷기를 즐기기에는 턱없이 짧은 코스다. 굳이 420미터짜리 코스를 만들려고 아름드리 나무와 숲을 뭉개버려야 했는지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다. 인기몰이중인 척산온천 맨발걷기 코스는 1킬로미터가 넘는다.
또 한가지는 과다 예산 책정이다. 황툿길 조성 예산이 무려 4억원, 1미터에 1백만 소요된다. 엄청난 금액이다.시민A씨는 “하청 재하청 과정을 거치다 보면 그 돈 다 새나가고 몇천만원짜리 공사가 되는 거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기존의 길을 재구성해서 보완하는 방식으로 하면 그런 예산이 들지 않고 친자연적 맨발 걷기 코스를 만들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데 혈세 퍼붓는 공사를 강행중이다.
속초시 일하는 방식이 늘 이런 식이다. 말만 번드르하고 결국 지향점은 토건사업이다. 영랑호가 시민들의 쉼터고 속초시의 허파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하는 모습은 그냥 난개발을 못해 안달난 모양새 그대로다. 제대로 된 쾌적한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출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윤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