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인호(보광사신도회장.영랑호녹지공원을염원하는사람들 공동대표)
속초에서 순천까지 7시간. 멀고도 지루한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긴 여정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이번 순천만국가정원 견학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영랑호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한 뜻깊은 공부였습니다.
이야기로만 듣던 순천만은 제게 하나의 신세계였습니다.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 속에 사는 속초시민인 저에게도 그곳이 주는 감동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아름다운 공간이 원래 버려진 땅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의 아이디어와 의지, 그리고 결단이 황무지를 대한민국 최고의 국가정원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깊은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매일 영랑호를 걸으며 ‘이곳에도 넓은 잔디광장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순천만의 드넓은 잔디광장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녹색 들판을 바라보고 있으니 폭염마저 잊힐 만큼 시원했고, 답답했던 마음도 함께 열리는 듯했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습니다.
순천만 곳곳을 둘러보며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영랑호의 미래’를 계속 떠올렸습니다. 현장을 걸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고, 순간순간 스치는 영감을 마음속에 하나씩 담았습니다.
순천만국가정원 역시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의 폐허와 다름없는 땅에서 시작했고, 수많은 갈등과 반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영랑호 시민토론회에서 최덕림 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의 강연을 들었던 기억이 이번 현장에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수많은 난관을 시민과 함께 하나씩 풀어냈고, 결국 오늘의 순천만을 만들어 냈습니다. 현장을 직접 보니 왜 많은 사람들이 순천만을 성공 사례로 이야기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이번 견학에서 가장 가슴에 깊이 남은 말은 단 두 문장이었습니다.
“영랑호를 민간기업에 내줘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속초시민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됩니다.”
더 보탤 말도, 뺄 말도 없는 가장 명료한 메시지였습니다.
지금 영랑호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과 입장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순천만은 우리에게 분명한 방향을 보여주었습니다. 영랑호의 미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현장이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책이나 강연보다 훨씬 큰 배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견학을 통해 저는 영랑호가 얼마나 귀한 보배인지를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버려진 땅도 세계적인 명소로 살려내는데, 우리는 이미 가진 최고의 자연을 왜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랑호를 섣불리 훼손하거나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순천만이 걸어온 길과 정반대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순천만은 생태 보전만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도 성공했습니다. 투자비를 뛰어넘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었고, 무엇보다 시민들은 세계적인 공원을 품고 산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갑니다.
우리의 영랑호는 순천만보다 결코 가치가 낮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천 년 동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해 온 매우 드문 석호입니다.
어쩌면 영랑호의 진정한 가치를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이제는 영랑호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번 견학에는 이병선 속초시장과 속초시 관계자들도 함께했습니다. 그분들 역시 순천만을 보며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었으리라 믿습니다.
특히 이병선 시장이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영랑호의 미래를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약속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영랑호의 미래는 행정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시민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시민의 삶과 영랑호의 미래가 만나는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건강한 공론과 합의를 통해 영랑호를 순천만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시민정원, 국가정원으로 만들어 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속초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순천만국가정원 견학은 제게 오래 묵은 생각의 먼지를 털어낸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동시에 영랑호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순천만은 우리에게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속초의 선택입니다.
**영랑호의 미래는 시민이 원하는 방향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순천만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가르침이었습니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