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천진리 해변은 한때 활처럼 휘어진 고운 백사장으로 널리 알려진 명소였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 백사장은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수년간 이어진 해안 침식으로 모래는 대부분 사라졌고, 파도가 ㅇ오벽을 대리고 전봇대까지 기울었다.도로 옹벽의 하단부가 드러나면서 조만간 옹벽 붕괴와 데크길 침하 가능성까지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평가다.
이번 사태를 두고 지역 사회에서는 “자연재해가 아닌, 행정이 만든 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핵심 쟁점은 수중방파제(잠제) 설치 과정이다. 당시 주민들은 연안 흐름 변화로 인한 침식 가능성을 우려하며 수년간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요구했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행정 결정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외면됐다.
주민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중방파제 설치 이후 천진리 해변의 모래는 포구 방향으로 빠르게 유실됐고, 마을 주민들의 생활터전이던 백사장은 사실상 소멸 상태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은 침식이 가시화된 이후에야 방사제 설치 등 후속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최근 개최된 고성군정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대책을 요구하자 그같은 답변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라고 지적한다. 근본 원인인 수중방파제를 그대로 둔 채 추가 시설만 설치하는 방식으로는 침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항만전문가 A씨는 “애초에 수중방파제가 아니라 방사제를 설치했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수중방파제 철거와 양빈(모래 복원)을 병행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은 묻고 있다.수년간 이어진 주민들의 경고와 요구를 행정은 왜 외면했는가.
백사장이 사라진 지금에서야 대책을 논의하는 행정의 대응이 과연 책임 있는 자세인지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천진리 해변 침식 사태는 연안 정비사업이 현장의 목소리와 과학적 검토를 무시할 경우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라도 행정은 땜질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글:김형자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