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크루즈산업, 요란한 홍보만 있고 내실은 없다…연례행사 일본 벤치마킹 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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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항이 국제 크루즈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장밋빛 구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속초시와 강원특별자치도, 도의회, 강원관광재단과 함께하는 크루즈 시찰단이 6일 속초항에서 발대식을 하고 북해도로 향했다. 도민 체험단까지 구성해 대규모 홍보전에 나섰다. 하지만 냉정히 들여다보면, 이 같은 행보는 실질적 전략보다는 과잉 포장된 이벤트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현실은 차갑다. 속초항에 입항하는 크루즈선은 1년에 몇 차례 수준에 불과하다. 단발적 기항만으로는 산업화가 불가능하다.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노선 확보가 선행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이처럼 불안정한 기초 위에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이라는 거대한 비전을 내세우는 것은 과장된 홍보에 불과하다.

또한 크루즈 관광객이 하선했을 때 체류 시간 안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소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 설악산과 바다가 있다고 하지만, 몇 시간 머물다 떠나는 관광객에게 차별화된 콘텐츠와 소비 인프라가 없다면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교통 혼잡과 일회성 지출만 남길 위험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초시는 매년 해외 시찰과 참관단 파견을 반복하고 있다. ‘배우고 온다’지만, 지금까지 지역에 안착한 뚜렷한 성과나 실행 가능한 대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크루즈 도민 체험단, 선내 홍보전 같은 이벤트가 요란하게 치러지지만, 그것이 곧 산업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크루즈 산업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운항 노선, 기항지 매력, 소비 인프라가 함께 맞물려야 지속성이 생긴다. 그러나 속초시의 행보는 ‘몇 차례 기항’을 놓고 산업 전체를 포장하는 데 치중하는 모양새다. 내실 있는 준비 없이 구호와 홍보만 되풀이하는 태도로는 크루즈산업이 결코 뿌리내릴 수 없다.

속초시가 정말로 크루즈산업을 키우고 싶다면, 해외 시찰이나 체험단 운영 같은 보여주기식 행보부터 줄이고, 냉정한 현실 진단과 장기적 투자 우선순위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요란한 이벤트가 아니라, 실적과 전략이다.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속초항 크루즈산업의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

글: 김형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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