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남은 공개…속초시의회, 안건은 숨기고 회의는 ‘비공개 간담회’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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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호의 세상비평

속초시의회가 회의록을 형식적으로는 공개하면서도 해당 회의에서 실제로 다뤄진 모든 안건 문서—즉 상정된 의안서나 심의자료, 첨부 문건 등—를 일체 비공개하고 있어 시민의 ‘알 권리’와 의회의 ‘책임성’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제342회 임시회 속초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회의 안건으로는 △ 위원장 선임, △ 간사 선임, △ 의사일정 결정, △ 의원 징계안 심의 등 총 4건이 다뤄졌다. 그러나 시의회는 회의의 내용을 간략히 기록한 회의록만 공개했을 뿐, 심의의 기초가 되는 해당 안건 문서 일체를 시민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이는 윤리특위 회의뿐만 아니라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등 다른 회의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특히, 회의록을 보면 안건 심의 발언은 없고 대부분 ‘정례위원회’에서 논의했으니 그대로 의결하자는 기록만 나온다. 이 정례위원회는 실체도 없고, 기록도 안 남기는 일종 ‘우리끼리비밀대화’같은 의원들 간담회로 보인다. 이 정도면 황당무개 그 자체다.

속초시의회 홈페이지에는 회의 안건 제목만 나열되어 있을 뿐, 실제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의안서, 제안 설명서, 심의자료 등은 일절 게재돼 있지 않다. 즉, 시민은 회의가 ‘무엇을 다루었는지’를 제목 수준에서만 추정할 수 있을 뿐, 의회의 판단과 논의의 근거를 사실상 알 수 없는 구조다.

“껍데기만 공개”…법 취지 무력화한 정보 비공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은 행정기관은 물론 지방의회에도 적용되며, 회의 안건과 관련된 서류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비공개가 허용되는 경우는 예외적이며, 그마저도 구체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속초시의회는 비공개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안건 문서를 누락하고 있어, 법의 실질적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윤리특별위원회처럼 징계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경우, 회의록만으로는 시민이 의회의 판단을 평가하거나 견제할 수 없다.

회의록만 공개하고 핵심 문서인 안건은 숨기는 건, 의회 활동을 공개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는 것과 같다.

대의제 원칙의 핵심, 설명 책임 무너져

속초시의회의 일관된 안건 비공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을 사실상 방기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는 자신들의 논의, 판단, 결정 과정 전반을 시민이 평가할 수 있도록 공개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안건의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으면, 의회의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 공익에 부합했는지를 시민이 검증할 수 있는 길은 완전히 차단된다. 이는 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넘어 시민 통제를 거부하는 폐쇄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의회 스스로 신뢰 훼손…제도 개선 시급

속초시의회가 이러한 관행을 즉시 중단하고, 모든 회의의 안건 문서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의회, 광주시의회 등 다수의 지방의회는 회의자료와 의안서 등을 회의록과 함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시의회가 스스로 만든 안건조차 숨기면서 어떻게 시민을 대표하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의 감시를 받지 않는 윤리는 무의미하고, 시민의 검증을 받지 않는 자치는 자율이 아니라 자의, 내 맘대로다.

모든 시의회 정보, 특히 회의록과 안건를 자발적으로, 지체없이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친선 비밀대화 모임인 ‘정례위원회’는 즉각 폐쇄하고, 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하라.

(편집위원 김 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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