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김호의 세상 비평
작은 도시일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좁다. 누가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고, 누구와 동창인지, 누구와 친한지 모두가 알고 산다. 이런 지역에서 동창회장은 단순한 친목단체의 대표가 아니다. 그 자체로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작은 권력’이다.
동창회는 정치 조직이 아니다. 각기 다른 직업, 삶, 정치 성향을 지닌 이들이 학창시절의 인연을 바탕으로 모인 곳이다. 그 대표가 조직을 등에 업고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는 순간, 조직은 분열하고 본래의 의미를 잃는다.
최근 우리 지역 고교 동창회장이 특정 정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선거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개인이 누구를 지지하든 자유다. 그러나 대표라는 자리는 다르다. 대표는 말을 조심해야 하고, 행동엔 무게가 따르며, 전체를 아울러야 할 책임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조직에서 대표가 정치적 편향을 드러내면, 구성원들에게는 사실상 ‘따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침묵이 강요가 되고, 중립이 외면받는다.
공직선거법은 학연·지연·혈연 등 사적 연고를 동원한 조직적 선거운동을 경계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적 선택은 각자 판단에 맡겨야지, 조직이나 관계에 휘둘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연고주의에 기대는 정치가 반복되면, 정책과 능력은 사라지고 관계가 권력이 된다.
동창회는 정치판이 아니다. 대표가 어느 당을 지지하든 상관없지만, 그것은 개인 자격으로 조용히 행사해야 할 일이다. 특히 선거철에는 더 조심해야 한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조직은 금세 갈라진다. ‘대표가 누구를 밀고 있다더라’는 말이 돌아다니는 순간, 조직은 신뢰를 잃고 갈라진다.
작은 도시에서 동창회장의 정치행보는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파장은 조직 내부를 넘어 지역 전체로 번진다. 단단히 묶인 연고조직이 선거판에 뛰어드는 순간, 정치는 불공정해지고 민주주의는 왜곡된다.
대표는 자신의 생각보다 조직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를 내세워 조직을 사유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 중립은 비겁함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의 태도다. 동창회장이 정치인이 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순리다.
편집위원 김 호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