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는 내 친구..퇴직 공무원 윤영길의 브라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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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악투데이

고성군 송지호도 봄기운이 스며드는 듯 물빛이 부드러워 보인다. 아름다운 석호 송지호에 아담한 장소가 자리 잡고 있다. 송지호 주차장에서 우측 왕곡마을 방향으로 초입에 비닐하우스가 눈에 들어 온다. 제법 높은 비닐하우스인데 이곳이 분재 비닐하우스다.

겨울철이지만 비닐하우스 안은 포근하다. “이렇게 높으니 온실처럼 덥지 않고 해가 나면 적절한 온도에 난방을 하지 않아도 참 좋습니다.” 분재 하우스의 주인 윤영길 사장(숲소리 농원)은 날마다 이곳으로 출근을 한다.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나와 다듬고 자르고 철사로 동여매는등 작업을 했다.

“여기 나와 있으니 집 사람과 부딪힐 일도 없으니 부부 금슬도 좋아지고  마음이 참 편안해 집니다.시간가는 줄 모르죠. 이만한 벗이 어디 있을까요. 친구들은 무료하다고들 투정하는데 그럴 겨를이 없지요.” 분재하우스는 그의  농원이자 사무실이자 여가의 뜨락이다.

취미로 시작한 분재 인생 40년, 은퇴후 분재는 그의 인생 2막 친구가 되었다.현재 비닐하우스에는 80여 그루의 분재가 크고 있다. 평창 올림픽때 전시되었던 소나무 분재를 비롯해서 주목나무 ,향나무등 다양한 형태의 분재가 윤사장의 정성스런 손길에 의해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변모했다.자식을 돌보 듯 날마다 정성을 쏟고 애지중지 한 결과다.“순수하게 취미로만 하고 있지요, 판매는 하지 않지요.팔려는 마음을 먹으면 분재가 제대로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기에 이렇게 친구처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좋죠.”

그가 분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공직에 있을 때다. 그는 제진 출신으로 현내면에서 공직을 시작해 고성군청 과장과 면장등 요직을 두루 지냈다. 40년전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연히 분재에 눈을 떴고 시간을 내서 서울을 다니면서 분재를 배우고 수집하기 시작해서 집안에서 키웠다.하다보니 마음에 와 닿는 구석이 많았고 적성에도 맞았다.

“이게 인내심이 없으면 못합니다. 그냥 단번에 뭘 해보겠다는 급한 마음을 분재는 허락하지 않지요.모양 잡는데 5년 걸리기도 하고 … 기다리는 마음과 자세로 물을 주고 다듬고 하는 긴 여정이죠.” 그렇게 해서 익숙해진 분재를 퇴직한 후 좀더 본격적으로 가꾸고자 송지호에 비닐하우스를 조성하고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축구도 좋아하고 산에 가는 것도 좋아했지만 이제는 분재로만 몸과 마음이 쏠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디갈까 고민이 없죠. 당연히 이곳으로 오죠. 취미로 한 것이 이렇게 저와 인생 후반전을 동행 할줄 몰랐죠. 분재와 함께 있는 시간만은 근심 걱정 다 내려 놓게 되죠. ”이렇다 보니 친구들도 찾아와서 시간을 보내고 인생 회고도 하는 시간을 갖는 사랑방이 되어 버렸다. 송지호를 찾는 나그네들도 종종 들른다.비닐하우스를  유리건물로 바꾸고 조금만 손보면  근사한 분재하우스가 될 듯 하다.

비닐하우스 중간자리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소나무 분재는 평창 올림픽때 글로벌 손님들의 눈길을 받았다. 15년 정도 키운 것인데 5천만원을 호가하는 명작이다. 실제 분재의 아름다운 형태는 예술작업을 하듯이 철사로 방향을 잡고 고정시키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거기에는 안목이 필수다. 눈썰미 만큼 작품이 나온다고 윤영길은 설명하다.

“저희 고성에서는 이제 분재 습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산불도 많이 나고 훼손도 많이 돼서 구하기가 어렵죠.요즘은 강릉에서 주로 찾고 있죠.”

이 정도면 송지호 아니 고성군의 명소라 할만하다. 산과 바다말고 볼 게 없다는 한계를 이런 대안을 통해서 관광객들에게 내놓는 것도 경쟁력일수 있다.분재수목원 같은 구상도 해봄직하다.

그가 하나 더 보여줄게 있다면서 비닐하우스 입구를 가리켰다. 제법 큰 나무가 서있다. 라일락 나무라고 한다.수령은 300년정도, 작년에 경상북도에서 어렵게 구입해서 심어 놓은 것인데 라일락 꽃만 봤지 이렇게 큰 나무는 처음이다.
“ 라일락 향기 참 좋은데 저기에 꽃망울이 피면 올 봄 향기가 가득할 것 같습니다. 울진에서 경매로 구매해 싣고 올라왔는데 다행히 잘자라고 있어 기쁘죠.국보같은 나무 라고 할수 있죠.”신기했고 봄이 기다려졌다.

그는 천성이 나무를 좋아 한다. 그러고 보니 그의 키도  나무처럼 훤칠했다.자신이 좋아하는 분재와 함께하며 인생 후반전을 짭짤하게 보내는 그가 제일 부자처럼 보였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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