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첫 수확 쌀은 보광사 대웅전 부처님께 제일 먼저 올려야죠” 고성군 청간리에 사는 박철규씨(73세)가 보광사에 첫 소출을 올리기 시작한지도 십수년이 지났다.20kg 한 포대를 매년 정성스럽게 올리고 있다.벼농사 1만여평을 부치고 있는 박씨가 연례행사처럼 이어오고 있는 일이다.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박철규씨는 모태신앙 보광사 불교신자다. 한번도 절을 옮긴 적이 없다. “어머니 손을 잡고 보광사를 찾은 때가 5살 무렵이었으니 70여년 되어가는 군요” 그의 어머니는 보광사의 독실한 신도였다.어머니를 따라 다니던 보광사를 여전히 다니고 있고 단순한 방문을 넘어 해마다 첫 수확 쌀은 부처님에 올린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곁에 있던 박씨 부인은 “시어머니 49재도 보광사서 지냈다”면서 어머니 신심이 대단했다고 덧붙인다.박씨의 첫 소출 의례는 아마도 어머니의 영향 탓으로 여겨진다.
그는 아야진에서 배도 탔지만 청간으로 이사 오면서 농사를 지었다.1950년생이니 전쟁중에 태어났다.그것도 피난길에서.청간에 진양소주 공장이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그는 청간리 토박이고 마을에서 마지막 농부다.
청간리 마을도 많이 변했고 과거를 기억하는 주민들도 드물어지고 있다.소멸해 가는 지역의 단면을 피부로 느끼는 장면이다.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현재 속초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고 며느리도 교사다. 집 안방이고 창고며 장난감이 가득한 모습에 물으니 “손자들이 오면 심심하지 않게 하려고 다 장만해 두었고 올해도 앞 해변에서 물놀이를 했다.”며 크게 웃는다.
개산 400주년을 맞는 보광사는 옛적에는 고성군 주민들도 많이 다녔다. 꼭 신도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장소였고 그 추억을 공유하는 대목도 비슷 비슷하다.박씨는 현존하는 고성군의 최장수 신자다.무엇보다고 어머니에 이어 70년 신심을 이어오고 있는 그 마음의 여로가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박철규씨는 “아들도 싫은 내색이 없으니 아마도 3대 이어지지 않을까 ”라고 말한다.
마당에 나서면 파도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정갈하게 집 안팎을 잘 다듬어 놓은 박철규 뜨락에 평화로움이 가득차 보였고 그의 넉넉하고 여유있는 모습에서 신심에서 피어나는 맑음이 환하게 드러나 보였다.
신창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