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배도 25년 넘으면 안돼…어민들, 낚싯배 규제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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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군 백도항. 다른 항구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요즘 고기잡이가 신통치 않아 출어 자체를 안하는 배도 많다.이런 시기에 낚시배라도 운영하고 싶은데 그것 역시 여의치 않다.

낚시어선 등록 요건을 ‘25년 미만 선박’으로 제한하는 법령이 시행되면서, 오래된 어선을 가진 어민들은 등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백도항 어민A씨는 “바다에 나갈 수 있는 배가 있는데도, 규정 때문에 묶어놔야 합니다.안전검사 다 통과하고도 낚시객 못 태운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말했다.

현행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시행규칙」은 낚시어선업 등록 시 선박의 연한을 25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노후선박으로 인한 안전사고 방지를 이유로 내세운 규정이지만, 현장에선 정비 상태나 선박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겉나이’로만 금지하는 일률 규제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낚시어선업에 진입하기 위해선 아예 ‘전용 낚시배’를 새로 건조하거나 중고 등록 선박을 매입해야 하는데, 비용은 수억 원에 달한다.이는 곧 자본이 없는 영세어민은 진입도 못하는 구조적 진입장벽이 되는 셈이다.어촌계 관계자는 “어업으로 수익이 줄어드니 낚시부업이라도 해보려는 건데,이젠 낚시업도 돈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업종이 돼버렸어요.”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외지 사업자들이 규정을 충족하는 신조(新造) 낚시어선을 보유해 지역 어업권과 무관하게 낚시영업만 따로 하는 경우도 늘고있다. 이에 대해 현지 어민들은 “규제는 오래된 배 가진 우리에게만 적용되고, 자본 있는 외지인들은 유리한 조건으로 바다를 이용하는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문가들은 “현행 연한 기준은 안전 확보라는 명분과 달리 자산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정밀검사 통과 조건부 허용, 등록심사 다양화, 영세어민 지원책 등 다층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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